[현장 톺아보기] “전복 보험 금지·강사 생일 공개”…황당규제 많았다

중기 옴부즈만, 발굴·개선 황당 규제 보니
첫 수출기업에 수출실적 요구…온천 온도 기준
현장 목소리 더 받아들이고 부처 편의주의 깨야

사진제공=중기 옴부즈만

1만8,121건의 기업 규제 중 1만5,831건 처리. 2009년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개소한 이래 현재까지 이룬 성과입니다. 중기 옴부즈만은 반민반관 형태로 현장에서, 부처의 업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규제를 개선해왔습니다. 그동안 중기 옴부즈만이 발굴하고 개선한 주요 사례들을 보면, 국민이 ‘황당한 규제’ 안에 갇혀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장례식장에 식당 없었던 이유=무게와 크기가 보험기준이 된다는 말을 처음 접하는 국민이 많을 겁니다. 전복이 이런 규제를 받아왔습니다. 정부는 수산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대상을 ‘각장 3㎝’나 ‘무게 5g’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복종자는 재해보험 가입이 불가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5월 전복종자 대상 보험 상품이 출시됐습니다. 이전까지 전복을 키우는 분들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 바래야 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생년월일이 강제로 공개해야 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2018년 법이 바뀌기 전까지 학원설립 및 운영자는 학원강사의 연령,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게시해야 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라는 제재까지 이뤄졌습니다. 2018년이 되서야, 강사 인적사항 게시대상에서 연령과 생년월일이 결국 제외됐습니다.

가상현실(VR)은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컴퓨터 게임 시설제공업자 즉 PC방 업주는 개별 컴퓨터별로 바닥으로부터 높이 1.3m를 초과하는 칸막이 설치를 할 수 없었습니다. VR를 이용한 게임은 대부분 온 몸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런 규정이 있으면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겁니다. 2017년 9월이 돼서야 담당 부처는 1.3m를 넘는 칸막이를 설치하도록 허가했습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도 정말 황당한 규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해외지점 설립입니다. 담당부처는 과거 1년간 외화 획득실적이 100만불 이상이거나 주무부장관 아니면 무역협회장의 인정이 있어야 해외저점 설립을 허용했습니다. 해외 수출을 하려고 하는데 과거 수출 실적을 내놓으라는 격입니다. 당당부처는 2018년 9월 유망 창업기업의 해외지점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온천수에 함유된 성분이 아무리 좋아도, 온천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실 알고 계셨나요. 현재 온천으로 25℃ 이상 온수이면서 인체에 무해해야 합니다. 미국과 독일은 온도 기준이 20℃로 우리나라 보다 낮습니다. 현재 담당부처는 이런 해외 사례를 감안해 온도 기준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왜 식당이 없을까란 의문을 한 번쯤 품어봤을 겁니다. 일반음식점 영업 제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음식을 구매해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2018년 6월부터 장례식장 내 일반음식점 설치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사진제공=중기 옴부즈만

◇“공무원 적극적으로 나서면, 규제 풀려”=중기 옴부즈만이 필요한 이유는 이 기관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소기업이 1차 고객입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불합리한 일들을 중소기업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처럼 규모가 크지도 않고, 공무원 사회에 대해 어려워하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정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도 이 기관의 존립 이유입니다. 사실 주무부처는 소관법에 충실하면 됩니다. 하지만 제3자 입장이나 다른 부처가 봤을 때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부처끼리 나서 해결하려고 하면, 되레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정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 일반 국민에게 이롭다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각 부처로 들어오면 환경부는 환경 규제를 만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에 맞게 규제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로 지향점이 달라 절충안을 찾기 어렵고 각 부처는 고유의 권한이라며 서로 지적하길 꺼립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된 분야나 복잡한 상황을 찾아 해결하는 게 중기 옴부즈만의 역할입니다. 일종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박주봉 중기 옴부즈만은 지난 5월 서울경제와 만나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한해 소요되는 규제 관련 비용이 51조원에 달합니다.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런 규제 중에서도 풀 수 있는 게 많습니다. 기업 경영만 30년 하다가 들어선 공직 사회에 대한 느낌은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기업인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데, ‘절차와 형식이 있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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