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Fun] 섬세한 야성으로…모하비의 '폭우 속 질주'

■영종도서 양주까지 168㎞ 주행
완성차 유일 V6 3.0리터 엔진 탑재
실내는 고급세단급 '업그레이드'
험로주행모드 켜면 미끄럼 방지
고속도로 주행보조 등 기본장착
옆차 바짝붙자 알아서 차선 유지

기아차동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 더 마스터./사진제공=기아차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 더 마스터’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그릴과 램프를 연결하고 사각형을 강조한 전면부는 모하비 더 마스터가 강조하는 ‘야성’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모하비는 지난 2008년 출시 이후 11년 간 풀 체인지 모델이 없었던 탓에 ‘사골’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앞면 얼굴만큼은 그런 불만을 잠재우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다만 풀 체인지 없이는 변화에 한계가 있는 측면 디자인의 투박함은 전면부의 수려함을 다소 무색하게 하는 한계로 느껴질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까지 왕복 168㎞를 달렸다. 출발을 위해 비를 뚫고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건 우선 편안함이었다. 현대·기아차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넓은 실내 공간과 오크 우드 그레인 가니쉬, 최고급 나파가죽 퀼팅 시트가 어우러져 고급 세단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이 차가 가지고 있는 시원스런 분위기를 한층 더했다. 악천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기분이었다.

2,300㎏이 넘는 육중한 차체를 움직여봤다. 생각보다 시작이 부드러웠다. 국산 완성차들 중 유일하게 V6 3.0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f·m의 사양을 갖춘 차량 치고는 힘이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즉각적이지 않았고 무거운 중량 때문인지 주행 시 쏜살같이 치고 나가는 듯한 경쾌함도 부족했다. 운전대(스티어링휠)의 정교함과 브레이크의 민감성 또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차를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운전하는 쾌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숙성·승차감·편의성으로 관점을 옮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강점은 오히려 이쪽에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옆 차로에 다른 차량이 바짝 붙어오자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시각화된 경고메시지가 떴다. 폭우 속에서 모하비 더 마스터는 차선을 알아서 지켰다. 운전자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국내 SUV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한 편의사항이다.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떨림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출시 후 운행 거리가 짧은 시승차임을 고려해도 엔진 진동과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탑승자의 상하운동을 최대한 잡아 흔들림을 줄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후륜 쇼크업소버(완충장치)를 새로 장착하고 후륜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구조를 개선해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시승을 한 날은 ‘물 폭탄’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마치 물 속을 차로 수영해 헤쳐나가야 하는 듯한 날씨였다. 모하비 더 마스터에 기본 적용된 험로주행모드(터레인 모드·Terrain Mode)를 켜봤다. 진흙(MUD), 모래(SAND), 눈(SNOW) 위를 지나갈 때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차량 구동력을 발휘하게 하는 기능이다. 노면이 미끄러운 만큼 ‘SNOW’ 모드를 켰다. 차량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단단한 주행감을 구현했다. 미끌거림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엑셀과 브레이크에 그대로 전해져왔다. 다만 이 모드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차량의 힘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반감됐다. 안전을 강조한 운전모드인 만큼 치고 나가는 힘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운전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만한 지점이다.


돌아가는 길에 비가 잦아들었다. 속도를 조금 내봤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주행성능은 고속에서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단숨에 속도를 내는 맛은 없지만 완만한 상승세를 타며 안정감 있게 달린다. V6 3.0리터 엔진의 힘이 고속주행 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종합하면 모하비 더 마스터는 ‘사나운 차’가 아니라 ‘세련된 차’에 가깝다. 강렬한 전면부와 전장 4,930mm, 전폭 1,920mm, 전고 1,790mm, 휠 베이스 2,895mm의 크기를 갖췄지만 보이는 것 만큼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디젤엔진을 무색하게 하는 정숙성, 운전자를 편안하게 하는 실내 디자인과 편의성, 넓은 실내공간 등은 온 가족이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는 장점이다. 현실적으로 오프로드 보다 시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실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모하비 더 마스터 흥행의 최대 걸림돌은 가격일지도 모른다. 플래티넘 트림이 4,700만원, 마스터즈 트림이 5,160만원부터다. 기아차가 경쟁 모델로 꼽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5,460만~5,710만원)보다는 싸지만 3,475만~4,408만원인 현대차 ‘펠리세이드’에 비해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기아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기함 모하비 더 마스터가 기대만큼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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