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마트..."난세 영웅을 구합니다"

신세계 '청년영웅' 슬로건 내걸고
대학교 돌며 인턴 취업설명회 가져
2분기 사상 첫 적자로 위기감 고조
난국 타개할 청년 인재모시기 사활


“이마트(139480)를 만들어갈 청년영웅을 찾습니다.”

지난 9월 초,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서울 시내 한 대학가의 채용박람회 현장. 기업별 채용담당자가 찾아와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자리에 이마트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입간판이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마트가 당면한 ‘난국’을 타개할 신입사원을 찾는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고객 모시기’ 뿐만 아니라 ‘인재 모시기’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채용이지만 지난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내며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라 취업준비생들의 이목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마트의 채용 슬로건에는 업황 부진을 벗어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마트는 지난 2·4분기 별도기준 71억원, 연결기준으로는 2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993년 창동점을 연 이래 첫 적자였다. 규제로 추가 출점이 어려워지고 이커머스 시장 쏠림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올해는 덕이점을 폐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이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위기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마트에 취업하는 것 자체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하반기 채용을 줄이는 ‘채용 불황’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취업하는 것이 추후 ‘잘못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교 4학년 유모(23)씨는 “이마트가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당장 취업이 급해 회사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씨와 함께 이마트 채용 부스를 찾은 김모(24)씨도 “마트 대신 업황이 좋은 면세점과 같은 유통 회사를 1순위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굴지의 유통업체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마트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3년 전보다 13% 감소한 2만 5,850명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면서 “한 백화점의 경우 10년 전에는 40여 명을 뽑았다면 현재는 반 토막 수준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18년 12월 이마트몰 사업부문을 분할하면서 약 1,500명의 인원이 에스에스지닷컴으로 이동하는 등의 영향으로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오는 27일부터 신세계그룹의 다른 12개 계열사와 함께 대졸 인턴 채용과정을 시작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를 이끌어갈 청년영웅을 찾습니다’가 기본 슬로건이고 캠퍼스 리쿠르팅은 이마트에서 따로 진행하고 있어서 이 같은 문구를 사용한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300여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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