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스타트업서 벤츠까지 모빌리티 혁신실험...韓은 진입장벽만 높여

[갈라파고스 위기에 선 韓 모빌리티]
獨 클레버셔틀 등 합승으로 요금 낮춘 '모빌리티' 서비스 활발
韓 혁신형 플랫폼, 사회적 기여금 부담에 스타트업 진입 막혀
가맹형은 글로벌 기업 등 규모 경쟁에 밀려 또 배제 가능성 커



독일 베를린 등 7개 도시에서 운행 중인 합승 플랫폼 ‘클레버셔틀’이 메세 베를린 지역을 지나고 있다. /권경원기자

벤츠에서 투자한 합승 서비스 플랫폼 ‘벨코니’가 독일 베를린에서 운행되고 있다./권경원기자

#독일 베를린 이스트사이드갤러리에서 알렉산더플라츠까지 이동하기 위해 앱을 열고 ‘벨코니(BerlKonig)’를 호출하자 17분 뒤에 온다는 안내 그대로 차량이 등장했다. 알렉산더플라츠까지 가는 경로를 따라 20대 남성 3명과 여성 1명을 중간에 태우자 승합차엔 어느덧 5명의 승객이 자리를 함께하게 됐다. 함께 탄 남성 승객은 “택시보다 차량 숫자가 많진 않지만 요금이 저렴해서 자주 이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약 10분간 탔던 이용요금은 4유로로 같은 거리를 택시로 이동(약 12유로)할 때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했다.

베를린이 다양한 모빌리티 플랫폼의 혁신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택시 호출 앱부터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이동경로가 같은 여러 승객을 태우는 합승(라이드 풀링·Ride Polling)까지 다양한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독일의 이같은 움직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빌리티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이다.

◇스타트업도 벤츠도 뛰어드는 독일 모빌리티 = ‘전통 자동차 강국’ 독일의 제조사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영역은 단연 모빌리티다. 벤츠와 폭스바겐 등은 비슷한 경로의 승객들을 연결해 한 차량에 태우고 대신 이동 요금을 택시보다 낮게 책정하는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벨코니의 경우 벤츠와 미국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비아(Via)의 합작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약 100만명의 승객이 탑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벨코니는 내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를 실현할 계획이다.


벨코니에 앞서 합승을 먼저 실험한 플랫폼은 클레버셔틀(Clever Shuttle)이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2016년 독일 뮌헨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현재 독일 7개 도시까지 확장했다. 매달 클레버셔틀을 이용하는 승객만 3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클레버셔틀의 강점은 저렴한 비용과 더불어 차량 정체 등이 있더라도 요금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클레버셔틀 운전자는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6~12유로 사이에서 요금이 나오는 편”이라며 “택시보다는 절반 이상 저렴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20유로가 나오는 거리를 클레버셔틀로 이동해본 결과 10%의 팁을 포함해 8.3유로가 나왔다. 팁은 승객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실제 운행요금만 놓고 보면 7유로 중반에 불과하다.

이밖에 폭스바겐도 자회사 모이아(Moia)를 통해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 합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이아는 함부르크에서 3년 내 1,000대까지 대수를 늘려 개인 승용차 운행 비중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의 플랫폼 실험은 내년 여객운송법이 개정되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합승 서비스는 특별 허가를 받아 한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진행 중인 합승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렌터카를 이용한 서비스 역시 반환 의무를 규정한 규제가 완화된다. 현재는 승객이 내린 뒤 새로운 호출이 오지 않으면 본사로 복귀해야 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지나친 자원 낭비라고 비판해왔다. 브루노 기누스(Bruno Ginnuth) 클레버셔틀 CEO는 “자동차가 도시를 텅 빈 채로 운행하는 것은 경제적, 환경적으로 모두 잘못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들만의 리그’ 만드는 韓 택시제도 개편안 = 반면 국내에선 모빌리티 산업이 첫 발을 내딛기조차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미 카풀(승차공유)의 경우 출퇴근 2시간씩만 운행하도록 제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카풀을 운영하던 풀러스와 어디고 등은 모두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택시제도 개편안’은 카풀 이외 모빌리티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사업 운영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형 플랫폼의 경우 차량 보유 대수 등을 기준으로 사회적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 규정이 자금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의 진입 자체를 막는 요소로 보고 있다. 기여금 납부 의무가 없는 가맹형 플랫폼의 경우 택시 회사들이 규모가 큰 글로벌 업체·대기업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스타트업이 다시 한 번 배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렌터카를 활용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펼치는 독일과 달리 국내에선 오히려 렌터카 이용을 막아 초기 차량 구입 비용도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됐다.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갈등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택시제도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실무기구에선 택시 4개 단체 중 3개 단체가 타다의 참여를 반대하며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달 중 열릴 두 번째 회의에선 모든 택시 단체들이 불참하는 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 업계에선 타다를 계속 엮어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적인 상황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베를린=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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