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창]'퀀트 지진', 패시브 전략의 역습

이규삼 메리츠종금증권 강남센터 PB 1sub지점장

이규삼 메리츠종금증권 강남센터 PB 1sub지점장

‘빅쇼트’의 마이클 베리가 ‘패시브 투자 버블’을 경고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 펀드를 통해 패시브에 편중된 시장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스몰캡 가치주들에 기회가 보이며, 한국이 대표적인 저평가된 시장이고, 실제로 시총 1,000억원대의 코스닥 두 종목의 지분취득 공시를 했다.

베리는 최초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불안정성에 베팅한 사람으로 알려지며 큰 수익과 명성을 얻었다. 그는 본래 가치주 투자의 고수이며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베팅할 당시 투자자들이 ‘하던 대로 주식 선정이나 할 것이지’라고 항의하자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이번에 그가 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액티브 투자의 영역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저렴한 비용과 매매의 편의성을 무기로 한 ETF의 급성장과 패시브 투자의 상대적 수익률 우위는 양의 피드백을 형성하고 투자금의 쏠림을 가속화시켰다. 루스 베네딕트가 아폴론적(균형 잡힌) 기질의 문화와 디오니소스적(향락적) 기질의 문화를 구분했던 것처럼 패시브를 아폴론적, 액티브를 디오니소스적 도박꾼 기질로 폄하하고 기피하는 기류까지 감지된 것이다.


얼마 전 영국 헤지펀드인 파사나라 캐피털은 ‘제2의 퀀트 퀘이크(퀀트 지진)’가 다음의 금융위기 형태가 될 것이며 강도는 과거보다 10배는 더 강할 것이라고 했다. 퀀트 퀘이크는 2007년 8월6일 골드만삭스의 QIS 펀드를 비롯해 많은 퀀트 전략 펀드들이 수십억달러를 단기간에 날려버린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상호 연관성이 높은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투매가 시작되자 펀드들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잇달아 매도세에 동참하면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반영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기계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주가가 하락하면 팔고 상승하면 사야 하는 구조적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과거 퀀트 펀드만 큰 손실을 보게 만들었던 퀀트 퀘이크는 패시브 투자의 가세로 가히 시장 전반을 위협하는, 측정하기 힘든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내도 이미 비슷한 일을 겪었다. KRX300지수 신설 등으로 촉발된 ETF 매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본래 밸류에이션과는 상관없는 가격으로 이끌었고 추종매수도 이를 부채질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공매도와 악재가 대표 종목들의 하락을 이끌었고 그것은 ETF 매도로 연결되며 극단적인 변동성을 일으켰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017년 7월28일 4만원 대에 상장하고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16만원에서 3만7,700원까지의 궤적을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패시브와 공매도가 압도적인 시장에서 액티브 투자가 선전하는 시장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패시브의 쏠림이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도록 하자. 매번 하는 얘기지만 투자가 편한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례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베리의 말을 액티브 투자자들에게 응원의 주문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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