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보다 '변화'…달라진 구광모의 LG

사령탑 교체·배터리소송전 등
실리 추구·경쟁기업엔 단호대처
연말 정기인사도 파격결단 가능성


‘명분보다 실리’ ‘단호한 대처’ ‘성과주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달라진 LG의 행보를 대표하는 말이다. 재계에서는 과거 ‘인화(人和)’를 강조하던 LG가 구 회장 취임 이후 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합을 강조하던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실리를 중시하고 주요 현안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공격적인 문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것은 달라진 LG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오는 11~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내린 결단이다. 수장이 바뀐 LG디스플레이는 17일 희망퇴직을 공식화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과감한 사업 재편은 구 회장 취임 이후 LG의 가장 달라진 모습으로 거론된다. 앞서 LG전자는 올 4월 국내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접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했고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도 매각했다.

LG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취임한 뒤 사업 매각이 많았는데 이는 실속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구 회장의 행보는 적자가 계속되던 배터리 사업을 주변의 만류에도 꾸준히 밀어붙여 현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운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스타일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를 현재의 모습으로 키운 구본무 전 회장은 기존 사업에 애착이 많아 사업을 포기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반면 구광모 회장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LG의 모습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LG는 최근 경쟁 기업에 단호한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8K TV 화질 문제를 두고 LG전자가 삼성전자와 공개적인 공방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에서 배터리 소송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대편 국내 기업을 공격하더라도 물밑에서 간접화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뒤 기자설명회나 소송 등 공개적인 형태로 상대 기업을 공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LG화학의 소송 제기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확립하기 위한 차원이고 LG전자의 8K TV 설명회는 고객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각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순혈주의 타파와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도 구 회장의 취임 이후 두드러진 변화다.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사령탑 교체와 관련해 ‘책임경영’과 ‘성과주의’라는 LG의 인사원칙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구 회장의 취임 이후 LG화학 CEO로 미국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영입한 것은 순혈주의를 깬 대표적 인사로 거론된다.

재계의 관심은 올해 말 정기인사에서 LG 부회장들의 거취에 쏠린다. 현재 LG에는 자진사퇴한 한 부회장을 제외하고 권영수 ㈜LG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새로 영입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다섯 명의 부회장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취임 2년 차를 맞는 구 회장이 올해 말 인사에서 본인의 색깔을 더 확연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와 관련해 LG의 한 관계자는 “연말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인사는 철저하게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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