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해졌다.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으로 건강한 겨울나기를 준비할 시기다.
독감 바이러스는 공기 또는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독감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인후통·두통·근육통·피로감 등을 동반하며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생후 6개월~12세 어린이(2007년 1월∼올해 8월 출생아) 549만명, 만 65세 이상 노인(1954년까지 출생자) 800만명 외에 올해부터 임신부 32만명까지 전 국민의 27%인 총 1,381만명에게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지원하는 까닭이다.
◇1회 접종 어린이·임신부·노인은 10월 15일 이후에=독감 예방법 1순위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것이다. 외출 후 반드시 손·얼굴·발 등을 깨끗이 씻고 입안을 자주 물로 헹궈낸다. 적절한 환기, 충분한 수분·영양섭취와 휴식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장 적극적이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예방법은 독감백신 예방접종이다. 독감백신은 건강한 성인에서 70~90%, 노인에서 20~50% 정도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입원치료 비율과 합병증에 따른 사망 위험을 낮춰준다.
임신 중 독감백신을 접종하면 태반을 통해 태아와 생후 6개월 미만 영아까지 항체가 형성돼 면역력이 높아진다. 예방접종 시기는 임신 주수와 상관이 없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2주 뒤쯤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데 면역력 유지기간은 평균 6개월(3~12개월)에 그친다. 우리나라의 독감 유행 시기는 통상 12월부터여서 백신의 항체 생성기간, 면역력 유지기간 등을 고려할 때 10~11월이 예방접종의 적기다.
다만 처음으로 예방접종을 받는 생후 6개월 이상 어린이의 경우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17일부터 무료접종에 들어갔다.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11월 16일) 등을 고려할 때 11월까지 2회 접종을 마치는 게 좋다.
올해 7월까지 1회만 접종을 받아 면역 형성이 완벽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1회만 접종하면 된다. 10월 15일부터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산모수첩 등을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한 임신부와 만 75세 이상 노인도 이 날부터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10월 22일부터 접종받을 수 있다.
독감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당뇨병 환자, 만성 폐·간·콩팥·심혈관질환자, 암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64세 이하 연령층은 유료접종을 받는 게 좋다. 독감에 쉽게 걸리고 심하게 앓아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병을, 노인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독감 고위험군과 함께 지내는 가족 등도 같이 맞을 필요가 있다.
독감 예방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지정의료기관(총 2만426개소)과 보건소에서 가능하다. 지정의료기관은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거나 ‘예방접종도우미’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인, 무료·유료 폐렴구균백신 모두 맞는 게 좋아=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 백신도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폐렴은 우리나라 노인의 입원원인 3위 질환이고 폐렴 사망자 10명 중 9명이 노인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폐렴구균은 뇌수막염·패혈증 등도 일으킬 수 있다.
65세 미만이라도 만성 폐·심장·간질환, 신부전, 당뇨병, 선천적으로 비장이 없거나 면역저하자, 면역억제제 투여자는 독감을 앓은 후 세균성 폐렴 증세가 심해져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염준섭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인은 독감 등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하기 쉽지만 주요 증상이 기침·가래·발열 등이어서 감기로 오인하거나 특별한 증상이 없어 중증으로 악화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독감 유행철이 오기 전에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평생 한두 차례 맞으면 된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돼 65세 이상 노인이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는 23가 다당질백신과 병·의원에서 유료로 맞아야 하는 13가 단백접합백신으로 나뉜다. 대한감염학회는 23가 백신을 접종한 노인이라도 1년 뒤 13가 백신을 추가로 맞을 것을 권고한다. 64세 이하라도 만성질환자는 23가 백신을, 면역저하자는 두 백신을 모두 접종해야 한다. 13가 백신을 접종한 지 8주 뒤에 23가를 맞는 것도 방법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