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1991년 경기 화성 등 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당시 유력한 용의자 수배 전단/연합뉴스
대한민국 범죄 역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모(56)씨는 수감 중인 교도소를 찾은 경찰의 추궁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를 접견하기 위해 전날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부산교도로를 찾았다. 경찰이 밝힌 접견 이유는 수용자 별건 수사다.
교도소 측은 복역 중인 수용자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일은 종종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이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도관과 수용자들이 술렁거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편 경찰 접견 조사를 마친 이씨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이씨가 경찰 조사 후 별다른 반응 없이 담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씨는 총 10차례 화성 연쇄살인 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자신의 DNA가 일치한다는 경찰 추궁에도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 1995년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부산교도소에 24년째 수감 중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이씨가 교도소를 옮길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와 관련 경찰은 1차 수사 접견 때 혐의를 전면 부인한 이씨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이 법무부에 정식으로 협조 요청을 하면 교정 당국은 경기남부경찰청 인근 교정기관으로 이씨의 이감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씨는 20년이 넘는 수감생활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이씨는 수감생활 동안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징벌이나 조사를 받은 적이 한차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감자는 4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이씨는 1급 모범수다.
이에 대해 교도소 관계자는 “무기 징역을 선고받지 않았더라면 이미 가석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수감생활 동안 도예 활동에서 눈에 띈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주가 좋아 2011년과 2012년 수감자 도자기 전시회에 직접 만든 도자기를 출품했다.
한편 이씨는 2006년부터 교도소 접견이 가능한 상태로 어머니와 형이 가끔 면회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관련해 교도소 관계자들은 “평소 말이 없고 조용히 수감생활을 해온 대표적인 모범수”라며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된 사건 10건 가운데 3건에서 나온 유류품 DNA와 일치해 용의자로 특정됐다. 이씨는 10건의 사건 중 5차(1987년), 7차(1988년), 9차(1990년) 사건에 해당하는 용의자로 확인됐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