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전경.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국내 최대규모의 아트페어인 제 18회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KIAF·이하 키아프)가 오는 25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26~29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B홀에서 열린다. 17개국에서 온 총 175개 화랑이 참여하며 이 중 44곳은 외국 화랑이다. 출품작은 대략 1만여 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키아프 관람객 수는 전년 대비 9,000명 증가한 6만3,000명, 판매 총액도 소폭 상승한 280억원을 기록했다.
제임스 터렐 ‘아틀란티스(Atlantis)’ /사진제공=페이스갤러리 ⓒJames Turrell, Photo credit: Flying Studio, Los Angeles
마르크 샤갈 ‘카세르 정육점’ /사진제공=디갤러리
◇국내 최대 미술장터=지난해 처음 키아프에 참가해 화제를 모은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와 프랑스계 글로벌화랑 페로탕 갤러리는 올해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뉴욕·홍콩·서울 등지에서 운영 중인 리만 머핀 갤러리가 처음 참여해 눈길을 끈다. 서도호·이불 등을 전속작가로 둔 리만 머핀은 반복적인 수행적 태도로 만든 빛나는 표면의 아름다움이 특징인 라이자 루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했던 이불의 최근작 ‘퍼듀(Perdu)’시리즈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인간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탐구했다. 제프 쿤스·세실리 브라운 등 글로벌 아트마켓을 주도하는 작가들의 작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들의 판화를 찾는 컬렉터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처음 키아프에 참가한 뉴욕 화랑 투팜스도 주목받고 있다. 구스타브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등의 거장의 대표작에 광택 나는 코발트 블루의 구(球)를 넣은 제프 쿤스의 ‘게이징볼’ 시리즈가 전시된다. 경매 때마다 최고가를 경신하는 여성작가 세실리 브라운을 비롯해 스탠리 위트니, 멜 보크너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 최정상급 화랑인 페이스갤러리는 빛을 이용한 명상적 작품으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내놓는다. 두루아트스페이스가 출품한 독일 조각가 디트리히 클링에는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 특별전에 참가 중인 작가로, 나무를 거칠게 깎는 전통기법으로 ‘변종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인류의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미래를 겸허히 준비하게 채찍질한다. 새롭게 키아프에 참여하는 공근혜갤러리는 어윈 올라프·마이클 케나·펜티 사말라티 같은 사진계 거장과 재불작가 민정연의 작품을 전시한다. 다음 달 17일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역사적인 회고전을 여는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대형 작품도 국내외 여러 갤러리에 내걸릴 전망이다.
제프 쿤스 ‘게이징 볼(클림트 키스)’ /사진제공=투팜스갤러리
살루스티아노 ‘과거완료’ /사진제공=박영덕화랑
◇키아프, 위기냐 기회냐?=최근 외국계 대규모 아트페어들이 국내 진출을 모색하면서 키아프 위기론이 부상했다. 아트바젤홍콩 전신인 홍콩국제아트페어를 창립한 미술품딜러 매그너스 렌프루 측이 오는 2021년 7월 서울에서 국제 아트페어를 추진 중이다. 코엑스는 지난 5월 렌프루 측의 대관 신청을 받았고 올 연말쯤 임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대 아트페어 측 기획팀이 직접 한국 진출을 모색해 국내 파트너와 함께 개최 장소와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는 것도 미술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위기’로 보는 이유는 우선, 국내 컬렉터들의 해외 미술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자들이 외국계 화랑과 직거래 할 경우 국내 화랑들은 물론 키아프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속작가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국내 화랑들의 경우 외국 화랑과의 ‘완전경쟁 시장’에 놓일 경우 경쟁력이 낮아 치명적이다.
KIAF 특별전에 출품되는 김환기 ‘뱃놀이’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KIAF 특별전에 출품되는 도상봉 ‘고궁풍경’ /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반면 올해 키아프를 ‘기회’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급성장한 홍콩 시장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16주 이상 지속되는 홍콩의 민주화 시위로 외국 갤러리와 컬렉터의 불안이 높아졌고, 최근 들어 홍콩 미술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 정도가 커졌다는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키아프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의 최웅철 회장은 “현대미술품 취득세가 면세되고 젊은 컬렉터가 많은 한국 미술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외국 갤러리가 많다”면서 “내년 키아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해외 유수 갤러리의 디렉터들이 이번 행사 때 미리 현장을 둘러보겠다고 하는 등 ‘아트바젤 홍콩’의 위축을 대비한 제2의 아시아 시장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올해 키아프는 근대미술 특별전 ‘한국근대회화, 역사가 된 낭만’을 기획해 한국미술의 뿌리 다지기에 나선다. 권옥연·김환기·도상봉·박생광·변관식 등 근대화가 26명의 작품 38점이 나온다. 각종 부대행사와 도슨트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한국화랑협회
지난해 KIAF에서 해외 VIP 초청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