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사진 위)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2월 하노이의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가 유력해지면서 협상 판에 새로 등장할 인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 측에서는 실무 협상을 계속해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맡지만 북한 측에서는 김명길 외무상 순회대사가 수석대표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사는 올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무산으로 김혁철 당시 북측 협상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된 후 후임이 될 것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사는 지난 20일 본인 명의 담화를 내면서 마침내 스스로 ‘조미(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밝혔다.
외교가에 따르면 김 대사는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대미·북핵 협상 라인으로 꼽힌다. 올해 60세인 김 대사는 30대 초반이던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대미 협상에 참여해 핵 협상의 역사와 전략 전술을 잘 안다는 평을 받는다. 또한 김 대사는 1982년 외무성에 들어간 후 △자메이카 주재 서기관 △외무성 미주국 △유엔 대표부 참사관 △미주국 및 군축평화연구소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로 근무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주베트남 북한대사로 협상에 참여했다. 김 대사와 접촉한 적이 있다는 한 소식통은 “최선희 제1부상과 가까운 사이”라며 “미국 측과의 교류에도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미통, 협상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김 대사는 김정은 정권 들어 대미 외교 실세로 급부상한 최 제1부상과의 인연 등으로 북미 실무 협상을 책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사는 향후 재개될 협상에서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등 북한의 요구를 미국에 단계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 대사는 20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 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했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측이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