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이씨는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화성 일대에서 계속 살았다. 화성 사건 발생 시기가 1986~1991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씨는 23~28세 사이 범행을 저지른 뒤 30세에 청주로 이사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씨는 사건이 벌어졌던 5년 내내 범행 장소 주변에서 거주했는데도 어떻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었을까. 당시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용의자를 20대 남성으로 특정하고, 연인원 200만명이 넘는 경찰병력을 투입해 화성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총 2만1,280명을 조사하고 4만116명의 지문까지 대조했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때문에 경찰이 사건 현장 증거물을 토대로 추정한 범인의 혈액형(B형)과 이씨의 혈액형(O형)이 달라 이씨가 처음부터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이씨의 혈액형은 O형이지만 화성사건 당시 경찰은 4·5·9·10차 사건 범인의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용의자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9차 사건 용의자의 혈액형은 O형으로 밝혀졌다. 지금처럼 DNA 분석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당시 경찰이 용의자 혈액형에 매몰된 나머지 이씨를 수사선상에서 배제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씨가 붙잡힌 청주 처제살인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김시근씨도 “혈액형이 달라 수사대상에서 배제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화성사건수사본부와 청주경찰서 간의 관할권 문제로 공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실제 외모와 차이 나는 용의자 몽타주 등도 이씨를 조기 검거할 수 있던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