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지도했다며 북한이 지난 7일 공개한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이후 한미동맹 균열 논란 불식에 나선 가운데 23일 일본 정부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궤도를 두 차례 이상 탐지하지 못했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올해 5∼9월 발사한 미사일 중 동해 쪽에서 경계 중이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나 일본에 배치된 항공자위대 레이더가 이를 탐지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미사일 탐지는 발사 지점까지의 거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국군은 이들 미사일 탐지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9월 발사된 미사일 대부분이 통상보다 낮은 고도 60㎞ 이하로 비행했으며 저고도와 변칙적인 궤도로 인해 일본이 이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한국군과 일본 방위성은 이 기간 북한이 발사한 것이 신형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에이태킴스(ATACMS·미국산 전술지대지미사일)’와 비슷한 신형 미사일, 다연발 로켓포 등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미사일 조기 탐지의 실패는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요격 등 억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지소미아 유지 등 한국과의 관계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이 매체는 일본이 탐지에 실패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궤도를 한국군은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방력 강화를 위한 한일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탐지에 실패한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의 KN23은 러시아제 고성능 탄도미사일과 매우 비슷한 형태이고 일본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예상 외의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뒤 전문가를 인용해 한일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고다 요지(香田洋二) 전 해상자위대 자위함대사령관은 “일본의 초기형 이지스함 4척의 고성능 레이더는 지구가 둥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도 약 25∼500㎞의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론상으로는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저공비행 하는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탐지하지 못하는 결점도 있어 순항 미사일 탐지는 다른 호위함이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발사 장소를 사전에 알면 탐지하기 쉬우며 한국은 북한에 대한 감청 등의 수단으로 대강의 장소나 시간을 특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일본이) 탐지하지 못했다면 한국이 이런 정보를 일본에 제공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지스 장비를 갖춘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아타고./일본 해상자위대 제공=연합뉴스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한일 지소미아 종료 관련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조야에 한일갈등에 따른 안보위기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국 내에서도 동북아 지역의 국익을 위해 흔들리는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에 따르면 엥겔 위원장은 최근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역할을 촉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엥겔 위원장은 서한에서 “한일관계 악화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특히 (양국간) 긴장고조는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인한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익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엥겔 위원장은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의 도발적인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침범 등에 이르기까지 지역 안보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상황에서, 한일간의 계속되고 있는 갈등은 평화롭고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유된 이해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강국인 한일 관계가 악화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지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이해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사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그들이 이견을 해소할 무대를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양국간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미 국무부의 노력을 평가하지만 현재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지속적이고 고위급의 미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양국의 지도자들에게 관여하고 양측이 출구를 찾도록 돕고 해법을 촉진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현지시간) 뉴욕JFK 공항에 도착한 공군1호기에서 환영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정상 회담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뉴욕=연합뉴스
한편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현지시간 23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갈등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