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때 이씨 조사했다는데…용의선상 배제 대체 왜?

1986~1991년 경기 화성 등 지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당시 유력한 용의자 수배 전단/연합뉴스

대한민국 범죄 역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56)씨가 특정된 가운데 과거 경찰 수사본부에서 이씨를 조사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어떤 이유로 조사를 받았는지와 수사선상에서 제외된 이유 등을 파악하고 있다.

2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화성 연쇄살인사건 관련 수사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용의자 이씨를 과거 수사본부에서 조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한 5·7·9차 살인사건의 현장 증거물과 DNA(유전자)가 일치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이씨는 본적이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인 화성 토박이지만 그동안의 수사과정에서 주요 용의자로 거론된 바 없다.


현재 경찰은 어떤 이유 때문에 과거 이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는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과거에 조사했다는 기록을 확인한 것”이라며 “자료가 워낙 방대해 구체적인 사안은 추가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당시 수기로 작성된 관련 자료는 약 15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200만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됐고, 용의자·참고인 2만1,280명을 조사했다. 과거 이씨의 조사가 있었던 것이 확인됨에 따라 어떻게 혐의점을 벗었는지, 부실수사는 없었는지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경찰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이씨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보강 수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지난 18~20일에 걸친 사흘간 조사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경찰의 수월하 조사를 위해 이씨를 안양교도소로 이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검토 단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6년에 걸쳐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연쇄살인사건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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