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국민연금공단과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재개를 알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23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강동구 삼성물산 플랜트 부문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경위를 살피고 있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부채로 간주되는 콜옵션을 숨겼다가 지난 2015년 상장을 앞두고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검찰의 수사를 요청했다.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도록 회계 처리기준을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데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 등 회계법인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삼성의 요구에 따라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당시 삼성바이오 지분의 46%를 가지고 있었다.
회계사들은 검찰에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작된 보고서가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7월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하며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체결한 주주 간 약정(콜옵션)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상당 부분을 낮은 가격에 바이오젠에 이전해야 한다는 정보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약 45.7%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주가에 반영됐다면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했을 거라는 취지다.
삼성바이오 수사는 증거인멸로 관련자들이 우선 재판에 넘어간 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으로 확대되는 수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가 인정되며 수사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오지현·조권형기자 oh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