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포토스토리] '자수 안하면 사지가 썩는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주요 일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 모씨(56)가 사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왼쪽 손목의 문신’ 등 인상착의가 과거 범인의 수배전단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23일 이 모씨가 과거 화성 사건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화성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살았다. 이 씨는 사건 당시 실제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증거물 분석을 통해 특정된 용의자의 혈액형(B형)과 이 씨의 혈액형(O형)이 서로 달라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유력 용의자 이 모씨는 과거 화성 사건 수사팀이 수배 전단에 기록했던 범인의 인상착의 가운데 문신과 흉터 여부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7차 화성 사건 때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 배포한 범인의 수배 전단 상에는 ‘신장이 165~170cm 가량, 왼쪽 손목에 문신, 우측 둘째손가락에 물린 듯한 흉터’ 등 범인의 몽타주와 함께 인상 착의가 자세히 묘사돼 있다. 그러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 모씨의 왼 손목에는 문신도 없고, 문신을 지운 흔적이나 기록도 없다.
다만 당시에는 노출되는 신체부위에 문신을 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없다시피했던 점, 영구문신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점, 목격자의 기억이 잘못 됐을 수도 있는 점 등은 변수다. 수배전단과 달리 오른손 둘째 손가락에도 별다른 흉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처제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 당시 그를 검거한 김시근(62) 전 형사에 따르면 이 씨는 몽타주와도 별로 닮지 않았다. 김 전 형사는 “이 씨 검거 당시 화성 사건 몽타주를 본 적이 있지만 이 씨 외모와 눈매가 달라 화성 사건 용의자로 확신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배 전단 상 용의자 특징 중 나이와 신장은 일치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중부매일 제공)
수사팀은 “옛날에 부정확했던 정보에서 나온 자료를 가지고 현재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DNA가 세 군데에서 나왔고 용의자와 99.9999%가 일치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 씨 외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강호순의 심리분석을 맡아 자백을 끌어낸 공은경 경위(40·여) 등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이 씨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최근 모방범죄로 드러나 범인까지 검거된 8차 사건을 제외한 모두 9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최근 새롭게 검출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됐다. 지난 20일까지 3차례 이뤄진 조사에서 “나는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화성 사건은 DNA 일치 판정이 나왔지만, 실제 피의자가 맞느냐 이 부분에 제일 초점을 맞춰서 확인하고 있다”면서 “지난주에 용의자를 면접했고 이번 주도 (방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추가로 DNA 검사 의뢰한 부분은 신속히 해달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독촉했다. 결과에 따라서 (조사)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미제사건 전담팀 사기진작과 역량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지시를 내렸다”면서 “미제사건 전담팀을 더 보강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도록 인센티브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