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명절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송편을 마음껏 맛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가정에서 직접 손으로 송편을 빚는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대부분 떡집 등에서 송편을 사서 먹는다. 송편을 자동화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든 덕분이다.
그런데 만약 송편을 기계로 자동으로 빚어내는 방법에 관한 특허를 가진 사람이 그 방법대로 송편을 빚을 수 있는 기계(기계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로 특허를 받지 않았음을 전제)를 떡집에 팔아 놓고는 ‘송편 제조 방법 특허’를 사용하라고 허락한 적은 없으니 특허사용료를 따로 지급하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특허권자에게 구입한 기계라고 하더라도 특허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해당 떡집은 송편을 빚을 수 없게 되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특허권자의 주장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특허법적으로는 단순하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사안이다. 특허법은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발명’으로 발명을 구분한다. 원칙적으로 특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특허권자로부터 실시(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송편을 제조하는 기계는 ‘물건의 발명’, 송편을 제조하는 방법은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송편을 제조하는 방법 특허대로 송편을 빚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방법특허권자의 허락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 3자가 특허권자로부터 특허가 구현된 물건을 정상적으로 구입한 경우 특허권자가 그 제 3자에 대해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하는 법리가 있다. 바로 특허소진(特許消盡·patent exhaustion)이라는 법리다. 이 법리에 따르면 제 3자는 그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처분할 수도 있다. 그 동안은 송편 기계와 같은 사례처럼 특허소진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확립된 판결이 없었다. 지난 1월 31일 대법원이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 판결)을 내놓았다.
이 사건에서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에 관한 특허를 가진 특허권자(원고)에게 해당 용접방법을 사용하는 장치를 구입한 피고가 그 장치로 마찰이동 용접을 하는 것이 특허를 침해하는 일인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을 포함한 ‘방법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이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했고, 그 물건을 다른 용도가 아닌 방법 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만 썼다면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해 소진된다”고 판단했다. 양수인이 적법한 조건 아래 구매한 물건으로 방법 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대해선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해당 사건의 피고도 특허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 법리를 송편 기계 사례에 적용한다면 떡집은 특허권 침해 염려 없이 계속해서 맛있는 송편을 빚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