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바꾼 소비지형 국민MD]"비빔면 소스만"…소비자 원하는 대로 만들었더니 대박

■고객과 피드백 늘리는 유통가
"비빔장만 따로 팔았으면" →팔도 2년만에 1,000만개 판매
"솜치즈 짠맛 너무 강해요"→이마트 나트륨 함량 20% 낮춰
"간장 선택하기 어려워요"→대상 '깔끔한맛' '깊은맛' 표기


지난 2017년 만우절, 팔도는 팔도비빔면의 소스를 따로 판다는 장난을 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말 비빔장만 따로 팔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에 팔도는 한 달 뒤인 2017년 5월부터 팔도비빔장을 출시했고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팔도의 이 같은 행보는 비빔장이 처음이 아니다. ‘한 개 먹으면 섭섭하고 두 개 먹기에는 벅차다’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중량을 20% 늘린 팔도비빔면 1.2를 출시하기도 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로열티도 강화할 수 있는 ‘국민 상품기획자(MD)’ 실험은 팔도를 넘어 식품 업계와 유통 업계 전반의 트렌드가 됐다.


CU, 새우간편식 이름 공모전 당선작./사진제공=BGF리테일

CU도 국민 MD로 차별화를 꾀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CU는 ‘국민 MD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대국민 공모전을 2016년부터 펼쳤다. 기획부터 네이밍,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전문 MD 역할을 소비자인 국민에게 맡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통해 CU는 TV 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상품이 아니라 인지도가 낮은 PB 상품의 소비자 인지도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었다. 이후 CU는 2017년 업계 최초로 간편식품 시리즈 전체의 상품 네이밍 공모전을 열었다. CU가 처음으로 해외 직소싱을 통해 수입한 새우를 활용해 만든 도시락·김밥·햄버거 등 간편식품 5종의 상품명을 고객에게 의뢰했다. 해당 공모전은 무려 42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실제 해당 공모전을 통해 상품명이 선정된 도시락 ‘보통이 아니새우’는 도시락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CU의 ‘국민 MD’ 실험은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8년에는 고객이 콘셉트부터 레시피까지 구상한 도시락도 출시됐다. 전문 MD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기장 멸치강된장 한입 쌈 도시락’ ‘고창 하전 바지락 비빔밥’ ‘대구 으뜸 불막창 덮밥’ 등 개성 넘치는 레시피 100여가지가 모였다. 이 중 상품성·기획성 등이 뛰어난 최종 당선작 ‘낙곱새 도시락’ ‘대구 으뜸 불막창 도시락’ ‘전국 팔도 도시락’ 등이 BGF리테일 상품개발팀의 수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한 이색 메뉴는 기존 스테디셀러 도시락 메뉴인 제육볶음·돈까스 등을 제치고 세 가지 모두 반짝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석환 BGF 리테일 MD운영팀장은 “실제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고객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상품들은 고객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매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함께 CU를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해 레시피를 변경하고 있다. ‘단짠단짠’한 맛이 매력인 과자 ‘솜치즈’를 출시한 후 짠맛이 강하다는 온라인상의 고객 의견을 반영해 치즈 시즈닝의 나트륨을 기존 대비 20%가량 낮췄고 단맛을 내는 밀크향 시즈닝의 양은 약간 늘렸다. 또한 ‘크랜베리 단호박 샐러드’의 경우 신맛이 난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식초 조미량을 소량 줄였다. 올해 출시한 피코크 냉동국밥 ‘신선국밥’은 짠맛이 난다는 의견이 접수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레시피를 연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상은 “간장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양조간장 ‘깔끔한 맛’과 ‘깊고 풍부한 맛’, 양조 진간장 ‘진한 맛’과 ‘진한 맛 플러스’ 등 제품 전면에 각각의 맛을 표기한 간장 제품을 선보였고 롯데제과는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거꾸로 수박바’를 내놓기도 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신제품은 수명이 길지 않다”며 “어려울수록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불경기일수록 고객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김보리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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