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산화제 없이도 값싼 메탄을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과 수소 등으로 99% 전환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중국과 미국이 논문을 발표하고 중국은 사업화에도 나서고 있으나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게임 체인저’ 기술로 평가된다.
김용태·김석기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보다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산소와 같은 산화제 없이 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원료와 수소 등으로 99%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 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에 비해 경제성과 안전성이 탁월하지만 난이도가 높아 누구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중국 대련화학물리연구소는 처음으로 2014년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사(SABIC)와 사업화를 꾀하고 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는 2016년과 2019년 중국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반응기를 개발하는 논문을 발표했으나 촉매합성과 반응활성 재현, 제조법 확립 등 실제 반응이 일어나는 메커니즘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메탄은 석유화학공정과 셰일가스에서 연간 6억톤 가량 발생하는데 96%가 난방·발전용으로 사용되고 4%만 화학원료로 쓰인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낮거나 다량의 탄소 침전물(코크)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간접 전환 기술은 메탄과 산화제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만든 후 화학원료를 얻는데 상용화는 돼 있으나 효율이 낮다. 직접전환 기술은 부산물인 메틸 라디칼을 제어할 수 없어 다량의 코크가 발생하고 화학원료의 수율을 확보하기 힘들다. 산소와 코크를 연속 반응시켜 이산화탄소를 빼주는 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도 나왔으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후처리 공정비가 많이 들고 화학원료 전환 비율도 최대 70%에 그쳤다.
한국화학연구원 탄소자원화연구소 이성우(왼쪽부터) 연구원, 김현우 박사, 한승주 박사, 김용태 박사, 김석기 박사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에 화학연 연구팀은 1000℃이상의 고온에서 산화제 없이 메틸 라디칼을 제어하면서도 에틸렌과 벤젠 등의 화학원료로 99% 전환하는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단원자 철’ 촉매로 실험계산화학을 융합해 촉매 표면을 최적화한데 있다. 기존 촉매가 여러 원자가 뭉쳐 연쇄 반응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와 코크 등이 발생하는 데 비해 새로운 촉매는 여러 개의 단원자가 촉매표면에 흩어져 있어 각각의 단원자에서 한 번씩만 화학반응이 일어나 부산물이 생기지 않고 연쇄 반응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도 줄이게 된다. 이를 통해 메탄에서 C2 화합물(에틸렌·에탄·아세틸렌) 86%와 방향족 화합물(벤젠·자일렌·톨루엔·나프탈렌 등) 13%를 얻고 수소도 얻었다. 결국 메탄의 화학원료 전환율이 99%에 달한 것이다.
1저자인 한승주 박사는 “국내 석유화학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생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이 발표한 비산화 메탄 직접 전환기술을 재현한 연구그룹이 없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기술을 밝혀낸 것”(김용태 박사), “촉매 표면의 성질에 따라 부산물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김석기 박사)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화학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저널인 ACS Catalysis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