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은 사전준비된 바 없었습니다. ‘사전 각본’도 없었습니다. ‘일과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읊게 만든 후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도 아니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의정부지검을 방문해 첫 ‘검사와의 대화’에 나섰던 지난 20일, 법무부는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왜 하필 지금이냐”며 조 장관의 행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임 검사는 “검사 누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장관은 어떤 답변을 할지 미리 정해놓았다고 하더라”며 “일시·장소·참석자·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다면 이를 ‘검사와의 대화’로 부를 자격이 없다”고 적었다. ‘발끈한’ 조 장관은 따옴표를 세 번씩이나 써가며 반박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서 오간 대화는 모두 비밀에 부쳐졌으나 임 검사의 우려는 ‘기우’에 가까웠던 것 같다. 자리에 직접 참석했던 안미현 검사는 “발언을 한 검사든 침묵한 검사든 단 한 명도 위축되거나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멍하게 있지 않았다”며 “검사들을 조 장관 지지자나 반대자 어느 한쪽 편으로 편입시키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개 검사가 내부 전언을 빌려 작성한 게시글을 조직의 최고 감독권자가 직접 대응하고 나선 데 대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조 장관의 이례적인 언론 대응은 처음이 아니다. 후보자 시절 가족과 관련해 각종 논란이 확산하자 뜬금없이 두 차례에 걸쳐 정책구상을 발표해 ‘물타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의혹보도가 이어지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많게는 하루에도 10건 가까이 입장문을 냈다. 취임 후에는 불과 2주 만에 6호 ‘장관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으로 도피한 뺑소니범을 송환할 것을 공개 지시해 도피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 구성원의 의견을 듣겠다고 공언한 조 장관은 25일 두 번째 검찰청인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방문한다. 이번 검사와의 대화에서도 ‘갑론을박’이 재연될까. 검찰개혁이 장관 개인이나 정권의 성공이 아닌 국민과 검찰을 위한 것이 되려면 ‘레드팀’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개 검사의 게시글까지 일일이 반박하고 지시사항을 과시하기보다 정책적인 판단에 만전을 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입속의 혀’ 같은 측근을 조심하라”는 것은 과거 조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