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50km, 남북으로 4km의 거대한 녹색 지대”라며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기조 연설은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평화지대 구축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물론 북한의 체제·안전보장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비무장지대 지뢰 공동제거’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 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북한도 한국이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끊임없는 정전협정 위반이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때로는 전쟁의 위협을 고조시켰지만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부터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등 군사 도발을 감행한 것을 두고 ‘북한이 합의 내용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도발이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9·19 군사합의서에는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로 남북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최초로 북한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남북의) 노력의 결과”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미 정상 간 굳은 신뢰가 판문점에서의 전격적인 3자 회동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의 궁극적 이상인 ‘국제 평화와 안보’가 한반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으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욕=윤홍우기자·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