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SK네트웍스(001740)에서 보유한 AJ렌터카(068400)를 인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투자다. SK네트웍스는 이번 ‘빅딜’로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한 뒤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간의 렌터카 사업 빅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등이 이번 딜을 자문하고 있으며 SK 최고경영진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딜은 미래 신성장산업 발굴을 위해 렌터카 사업에 눈독을 들여온 SK텔레콤과 가용현금이 부족한 SK네트웍스가 최적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구상한 거래다. SK텔레콤은 국내 통신시장에서 1위 사업자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이 어려운 통신산업의 특성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몰두해왔다.
SK네트웍스 역시 국내 렌털시장 1위인 웅진코웨이를 품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보유현금이 부족하고 부채비율도 336%에 달해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앞서 SK네트웍스는 자체 렌터카사업 부문을 AJ렌터카로 넘기는 대신 AJ렌터카의 지분율을 64.23%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공개해 회사 매각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또 SK네트웍스는 오는 10월 초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10일 열리는 웅진코웨이 본입찰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SKT, 렌털·통신 연계…IoT 생태계 새판 짠다
SK네트웍스, 1.5조 실탄 확보 가능
코웨이 인수 땐 렌털 점유율 60%
공정거래법이 인수 걸림돌 될수도
“인공지능(AI)이나 디지털전환(DT) 등 혁신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 범위를 확장, 고객 행복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2019 SK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을 활용한 고객 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SK그룹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5세대(5G)·바이오 등 세계 정상급 기술을 가졌지만 이를 활용해 고객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이 SK네트웍스로부터 렌터카 사업을 인수하는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SK텔레콤의 무선통신 기술은 5년 내 본격화할 자율주행차 및 차량 공유 시장에서 쌀과 같은 존재다. AI가 운전하는 5단계 완전자율차가 등장하면 자동차 제조사보다 통신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준비 없이 시장을 공략하기는 힘들다. SK텔레콤은 렌터카 사업을 통해 달라질 모빌리티 시대에 대한 준비를 선제적으로 하겠다는 복안이다.
SK그룹은 AI와 바이오·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을 4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초연결사회가 도래하면 각 가정마다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IoT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컨트롤타워가 중요해진다. 구글이 구글 홈에 집중하는 이유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득세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유선사업자의 셋톱박스를 집안에서 내쫓고 있다. SK가 꿈꾸는 홈 IoT 생태계에서의 거점은 정수기와 같은 필수 가전 렌털 제품이 맡을 수밖에 없다. SK네트웍스뿐 아니라 SK그룹 차원에서 웅진코웨이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SK그룹은 이미 SK텔레콤을 통해 ADT캡스를 인수, 홈 IoT 시대의 핵심 요소인 보안은 장착했다. 렌터카 사업을 통해 모빌리티를, 렌털 사업을 통신과 연계해 새로운 SK만의 생태계를 짤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실제로 인수할 수 있는지다. SK렌터카를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5,000억원 이상 확보하고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전국 320개 주유소 토지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하면 3,000억원 이상의 현찰은 문제없이 쥘 수 있다. 자체 현금성 자산(8,130억원)을 더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이 확보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가 코웨이(47%)를 품으면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10%대 점유율을 가진 경쟁사를 압도하는 것이다. 정수기 렌털 계정만 160만개에서 코웨이(738만개) 인수시 900만 계정을 돌파한다. 전 국민의 20%가 SK매직 고객이 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웨이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한다면 과거 현대·기아차 사례처럼 SK네트웍스가 렌털 사업을 추가로 인수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SK가 렌털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강도원·서일범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