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경제와 만난 주한 일본기업인 A 대표는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일제 불매운동’이 소비재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에 강력한 타격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주한 일본기업에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A 대표는 “소비자가 쉽게 대체재를 구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이번 불매운동의 여파가 클 것”이라며 “반면 당장 대체가 어려운 기업 간 기업 거래(B2B)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일감정에서 시작한 불매운동인 만큼 한국인의 일상 소비생활과 맞닿은 일본기업들이 직격타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경제가 접촉한 다수의 주한 일본기업인들은 몸담고 있는 영역에 따라 불매운동의 영향을 각자 다르게 판단했다. 특히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그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도체 부품 제조사를 운영하는 B 대표는 불매운동의 파급효과를 묻는 질문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며 “한국 고객사에서 (일본산) 부품 수입이 끊길까 우려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발표 이후에도) 차질없이 부품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현재 양사의 관계 역시 이전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자기기 부품사 C 대표도 “한국 고객사로부터 ‘재고나 규제영향을 확인해 달라’는 문의는 있었지만 계약 파기 등 눈에 띄는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거래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본사 차원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불매 운동의 장기화에 따른 여파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한국 시장에 소비재를 공급하고 있는 유통회사 D 대표는 “대형마트 등 주요 거래처에서는 우리 제품에 대한 구매 자체를 아예 정지한 곳이 많다”며 “지난 7월 불매운동이 시작하고 급락한 매출은 8~9월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예전 상황으로 돌아갈지조차 불확실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한 일본 기업인들은 이번 불매운동이 적어도 내년 4.15 총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양국 정부의 정치적 마찰에서 불거진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며 최소 반년 이상 불매운동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번 취재는 대면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계 회사 한국법인 대표 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