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는 다음달 재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등 중국과의 통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이슈로부터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기대하고 ‘버티기’ 태세를 강화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양국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폭스비즈니스는 24일(현지시간) “미 하원의 탄핵 조사가 풍전등화에 처한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한층 더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탄핵 조사로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중국 등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하원의 탄핵 조사 개시 발표에 앞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중국의 무역 관행을 “불공정 무역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미국에 관한 한 이런 시대는 끝났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점도 무역협상에 대한 비관론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무역분쟁을 위한 합의에 이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다만 ‘나쁜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장기전’ 모드에 돌입한 중국은 미국이 탄핵 정국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미국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에 더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등 무역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트 호건 내셔널시큐리티 수석 시장전략가는 CNBC에 “중국은 자신에게 힘이 실렸다고 느낄 것”이라면서 탄핵 이슈가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중앙단교 간부 교육생 대상 연설에서 “우리나라가 맞이한 각종 투쟁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라며 “중대한 위기 의식을 견지하고 투쟁하자”고 말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1년 넘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 탄핵 이슈가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환중개기업 OANDA의 제프리 헤일리 시장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탄핵 조사로 내년 재선 기회가 날아갈 것으로 판단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뒤 가리지 않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매우 강경하게 나설 것”이라면서 “이는 내년 글로벌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