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방사선 치료 삽입기구 개념도
자궁경부암·전립선암 등을 방사선 치료할 때 방사성 동위원소 물질이 들어 있는 ‘금속 칩(미니 방사선 발생장치)’ 등을 환부에 심어 종양을 죽이는 방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근접방사선 치료라고 하는데 정상조직에 대한 방사선량은 줄이면서 종양 부위를 향한 방사선량을 높여 치료 효과를 키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이 장치를 심는 과정에 척수마취·감염 등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립암센터의 임영경 박사와 충남대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서울아산병원·한양대·경상대병원 연구팀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접방사선 치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방사선 차폐체를 내부에 장착한 정밀 삽입기구와 통합제어 시스템, 치료계획 시스템 등을 적용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해서 전달하고 주변의 정상 장기는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방사선 차폐체는 360도 회전할 수 있어 원하는 부위에 미니 방사선 발생장치를 심을 수 있다. 종양 모양에 맞게 방사선 방향과 시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임 박사는 “자궁 입구는 협소하고 굴절돼 있는데 미니 방사선 발생장치에서는 방사선이 넓게 퍼져 나오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며 “탄성관 도입과 꼼꼼한 차폐체 설계로 방사선이 35도의 좁은 범위에서 방출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체내 삽입기구, 근접방사선 치료 프로그램, 근접 방사선원 방사선량 분포 측정 장치 등과 관련한 특허를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중국·유럽 등에 출원했다.
임 박사는 “이 치료 시스템은 임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이 있다”며 “짧은 상용화 과정을 거치면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름이 짧은 쪽과 긴 쪽의 비율이 1대1.5~2 정도 되는 타원형으로 종양이 퍼져 있는 자궁경부암을 근접방사선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소재 등을 추가 개선해 1대 2.5 정도 되는 타원형·비대칭 종양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 타원형이나 고리 모양으로 퍼져 있는 자궁경부암은 근접방사선으로 치료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종양을 기존 방법으로 근접방사선 치료할 경우 두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재발 위험을 감수하고 종양의 일부만 치료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삽입기구에 속이 빈 바늘을 찌른 뒤 그 안에 방사선 발생장치를 집어넣는 방식인데 정밀성이 떨어져 척수마취를 하고 출혈·감염 위험이 따랐다.
강보선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은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체외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해부학적으로 굴절돼 있어 근접방사선치료가 용이하지 않은 부위에 발생하는 다양한 암종, 이를테면 식도암·직장암 등에도 동일한 치료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궁경부암 진료인원은 8만2,200여명이며 30~60대가 90%를 차지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