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탄핵조사가 몰고올 후폭풍 대비해야

미국 정치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로 요동치고 있다. 미 민주당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헌법적 책무를 저버렸으며 수사 방해를 통해 의혹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탄핵 공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문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력을 압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군사원조 카드를 제시했다는 데서 촉발됐다. 민주당은 특히 국가정보국장 대행이 내부고발에 대해 보고를 거부한 사실을 미 연방법 위반이라며 문제 삼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정치공세에만 머무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더라도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원에서 거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11월 대선까지 탄핵 정국이 이어질 경우 행정부와 민주당 간 대립으로 무역협상 체결이나 연방부채 상한 등을 둘러싼 정책 엇박자와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날 다우지수가 한때 200포인트나 급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정치혼란이 북핵협상이나 무역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장 북핵협상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추진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위기 모면용으로 어설픈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느 쪽이든 북핵 문제가 미국의 관심영역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어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방위비 협상에서 고압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또 하나의 대형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정부는 미국의 탄핵 리스크가 한반도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마련해 국익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