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콘 초대 예술감독 가수 윤상.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가 지향하는 부분은 방탄소년단(BTS)과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BTS의 이례적인 성공에 고무돼 다른 K팝 가수도 마치 성공이 준비된 것처럼 생각하는 건 위험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뮤콘을 통해 우리 대중음악의 음악적인 깊이와 다양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팬 수와 관계없이 한국 뮤지션을 사랑해줄 청취자들이 생긴다면 당연히 K팝의 장래는 밝죠”
뮤콘 예술감독 윤상은 최근 용산구 노들섬라이브하우스에서 뮤콘 라인업을 발표하는 ‘로드쇼’를 마친 뒤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올해로 8회째인 뮤콘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세계 시장에 우리 가수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오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 일대에서 열리며, 뮤콘 쇼케이스에는 록·힙합·댄스·R&B 등 다양한 장르 76개 팀이 출연한다.
뮤콘이 예술감독을 임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은 아티스트가 아닌 PD·기자·음악평론가 등 전문위원팀이 무대에 설 뮤지션들을 심사해왔다. 올해는 윤상이 노래하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 300개에 가까운 팀을 함께 검토하고 출연 아티스트 선정에 적극 참여했다. 지난해 4월 우리 예술단 평양 공연 음악 감독을 맡았던 그는 “당시에는 세대가 다른 선후배 가수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이번 역할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젊은 인디 아티스트들을 찾아 듣는다며 이번 선정 과정에서는 유튜브 비공식 라이브 영상까지 찾아보며 많은 팀을 새로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윤상은 “그동안 이런 팀을 ‘왜 몰랐나’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며 “과거처럼 채널 몇 개가 아니라 지금은 유튜브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인디 팀이 활동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팀으로는 인디음악계 스타로 떠오른 밴드 새소년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밴드 코토바를 꼽았다.
올해 뮤콘 주제는 음악(MUSIC), 문화(CULTURE), 기술(TECH)의 융합이다. 윤상은 미국 버클리음대 뮤직신서시스학과와 뉴욕대 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를 졸업한 뒤,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여 국내 전자음악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음악과 기술의 교집합에 대해 “뮤직 비즈니스에 컴퓨터가 이렇게까지 관여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악기 이상의 존재감이 있다”며 “뮤콘과 관련짓는다면 예전엔 녹음실 한자리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했던 일이 이젠 인터넷과 동영상 채팅으로 가능해졌다. 뮤직 비즈니스가 지구촌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빨라졌고, 덕분에 뮤콘에 다양한 아티스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뮤콘에서 윤상은 프로듀서로서 해외 가수와 협업하는 ‘뮤콘 콜라보’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싱가포르 디바 아이샤 아지즈의 음악의 프로듀싱을 맡게됐다.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묻자 그는 이번 쇼케이스에 참여하는 선배 가수 정미조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정 선배님의 최근 라이브를 듣다가 굉장히 혼난 느낌이 들었다”며 “젊은이들은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개여울’을 기억할지 몰라도 오리지널의 힘이 있고, 연세가 일흔이 넘었지만 수준 높은 밴드와 함께 새로운 완성도를 보여주셔서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술 감독이란 역할을 통해 제가 할 수 있고, 어울리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면서 “몇 년 전에 7집을 준비하다가 몇 곡 녹음한 뒤 뒤집어 엎었다. 제 언어는 어떤 걸까 아직 찾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