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및 중국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의 의도대로 OLED 패널 공급선이 다변화될 경우 공급가격이 낮아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애플이 재정난에 빠진 일본의 패널 공급업체 재팬디스플레이(JDI)에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많은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JDI는 애플의 신형 아이폰 11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애플워치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로 회사 매출의 약 60%가 애플에서 나온다. JDI는 아이폰 외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정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JD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은 JDI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양산을 앞당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가장 비싼 부품인 OLED 패널의 거의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협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JDI는 아직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상용화하지 못한 상황이다. OLED는 아이폰 11 프로·프로맥스 등 프리미엄 제품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다. JDI는 지난 2012년 일본 정부의 주도로 히타치·도시바·소니의 디스플레이 부문을 통합해 출범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 아이폰 신제품에 BOE의 OLED 패널을 채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BOE의 OLED 패널을 채택하면 삼성 제품에 비해 조달비용을 2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애플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쓰이는 OLED 패널의 거의 대부분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애플이 이달 출시한 아이폰 11에는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에 삼성디스플레이 외 다른 업체의 OLED 패널이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OLED 패널 공급업체를 전략적으로 늘리면서 가격 경쟁을 통한 단가 인하를 추구할 것으로 보여 그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및 일본 업체들이 생산하는 OLED 패널의 품질이 애플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애플의 의지가 강한 만큼 기존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용·노희영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