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 운용대표
무역갈등과 협상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무역전쟁이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주가 반등의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발발한 지 1년 반을 넘기면서 무역 이슈는 중립변수로 바뀌었다. 향후에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야기된 글로벌 펀더멘털 악화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도 한 분기를 남겨두고 있다. 전형적으로 4·4분기는 2020년도 경제를 선반영하는 장세이다. 시장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의 역전현상을 주목하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 주가지수는 역사적 고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의아한 현상이다. 주식시장이 잘못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 시장의 우려가 과도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고용지표와 제조업·무역지표 등 펀더멘털 지표가 둔화되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기업실적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 미국의 조사기관이 글로벌 머니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20년에 글로벌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기업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지표와 현상을 볼 때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지표가 미래의 거울이 되지는 못하고 있는 정보화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의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의 격언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정보화 시대 경기는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확인하는 데 두세 달이 걸렸고, 이를 확인 후 경제 정책이 후행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우리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경기침체가 예상될 경우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을 하고, 곧바로 정책 대응이 이뤄지고는 한다. 경기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짧아진 것도 정보화의 영향인 것이다.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정책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해 말 2.68%에서 현재 1.65%로 급락했다. 연준의 정책금리보다 현재 금리가 낮게 형성돼 있어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역전쟁, 비관적 글로벌 경제전망을 고려할 때 연말과 내년에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고 올해 말부터는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의 경제지표가 둔화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두 차례 단행됐고 추가적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까지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대응은 선제적이라고 판단된다. 금리 인하 효과가 경제지표에 반영되는 데 6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R의 공포는 기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데 고려해야 할 상황은 첫째, 장기국채금리보다 주식의 배당 수익률이 높고, 둘째, 글로벌 채권 중 마이너스금리 채권이 3분의1에 이르고 있으며, 셋째, 채권과 주식의 투자성과가 동일하게 높게 나타나는 유동성 장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관적일 때 투자의 기회가 되는 것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경기침체 우려는 빠른 정책적 대응으로 극복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