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에 놀란 '파리 패피'가 물었다…"동대문이 어디죠?"

■'패션 성지' 홀린 K패션
'K패션 오디션'서 뽑힌 디자이너
파리패션위크 참가 합동 패션쇼
레클뢰르 창립자 "韓 감성 최고"
정부, 동대문 신진 디자이너 육성
해외 인지도 높여 수출길도 활짝

지난 28일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린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의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에서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패션산업협회

# ‘그들만의 리그’인 파리 패션위크에 신진 K패션 브랜드가 신선한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 28일 펜디·지방시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 장소로 유명한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동대문 기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를 선보인 것. 신전처럼 웅장한 기둥들 사이로 ‘비뮈에트(BMUET(TE))’ ‘제이청(J.Chung)’ ‘분더캄머(WNDERKAMMER)’ 등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의 옷을 착용한 모델들이 걸어 나오자 300여명의 국내외 패션 인플루언서와 바이어가 갈채를 쏟아냈다. 맨 앞줄에 자리를 잡고 쇼를 관람하던 파리 유명 편집숍 ‘레클뢰르’의 창립자 아르망 하디다는 “한국 디자이너의 감성과 창의성은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하고 쇼가 끝난 후에는 직접 무대 뒤로 찾아와 참가 디자이너들을 격려했다.

지난 28일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린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의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에서 분더캄머 의류를 착용한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패션산업협회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K패션’이 글로벌 패션 대도시를 매료시키고 있다. 국내 패션 산업의 1번지인 동대문에서 탄생한 이들 브랜드가 세계인의 취향을 관통하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저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며 패션 산업이 국내 유망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K패션오디션’에 참가한 7개의 브랜드 중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 등 3개 브랜드가 지난주 말 파리에서 선보인 합동 패션쇼는 2만여명의 글로벌 바이어를 확보한 유럽 최대 패션 트레이드 기업 ‘트라노이’가 직접 선정한 만큼 브롱니아르궁을 술렁이게 했다. 트라노이 세일즈 디렉터는 이들을 직접 선정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 후보 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인터뷰를 한 후 지난 시즌 컬렉션의 실물을 바탕으로 최종 참가 디자이너를 선정하는 깐깐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 28일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린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의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에서 비뮈에트의 서병문(왼쪽부터)·엄지나, 제이청의 정재선, 분더캄머의 신혜영 디자이너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패션산업협회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의 ‘등용문’ K패션오디션은 올해 처음으로 열려 그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대한민국패션대전’ ‘인디브랜드페어’ ‘월드스타디자이너 육성사업’ 등의 이름으로 산발적으로 운영됐지만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사업을 통합했다. 그 가운데 ‘케이컬렉션 인 파리’는 국내 패션 산업의 메카인 동대문 지역을 생산 기지로 삼아 ‘메이드 인 서울’ ‘코리아 프리미엄’을 걸고 파리에 진출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관계자는 “파리에서의 한국 패션 디자이너의 활약은 단순한 K패션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넘어 침체된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파리를 홀린 K패션 브랜드는 모두 2010년대에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로 저마다의 강한 개성으로 무장했다. 서병문·엄지나 부부 디자이너가 2013년 론칭한 비뮈에트는 남성복 브랜드 ‘병문서’로 시작해 2015년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며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패턴 커팅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의류에서도 건축적인 요소가 돋보이도록 했다. 유명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비뮈에트의 재킷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미국의 초기 인상주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에서 영감을 받아 판타지 같은 정원의 모습이 가득한 2020년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난 28일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린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의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에서 제이청 의류를 착장한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사진제공=한국패션산업협회

함께 쇼를 진행한 정재선 디자이너의 여성복 브랜드 제이청은 ‘완벽해지고 싶은 여성의 힐링 여행’을 콘셉트로 잡았다.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여성이 어느 날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자유로운 여행을 하며 자신을 돌아본다는 자유로운 느낌을 옷으로 표현했다.

올해 론칭 10주년을 맞은 분더캄머는 담백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친환경 직물을 사용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브랜드로도 알려졌다. 신혜영 분더캄머 디자이너는 미완성된 건축물의 거친 표면에 착안해 ‘불완전하게 완벽한(Imperfectly Perfect)’이라는 주제로 패션쇼를 진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이번 패션쇼는 수출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패션은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식품, 생활·유아용품 등과 함께 견고한 수출 성장세를 이어온 ‘5대 소비재’로 꼽힌다. 이 중 지난해 패션 산업의 수출액은 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다.

지난 28일 파리 ‘브롱니아르궁(Palais Brongniart)’에서 열린 비뮈에트·제이청·분더캄머의 합동 패션쇼 ‘케이컬렉션 인 파리(K Collection in Paris)’에서 비뮈에트 의류를 착장한 모델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사진제공=한국패션산업협회

3개 브랜드의 합동 패션쇼 외에도 글로벌 바이어를 통한 수주가 진행되는 쇼룸도 10월 2일까지 열린다. ‘참스’ ‘그리디어스’ ‘티백’ ‘비건타이거’ 등 4개 브랜드도 참여한다. 서병문 비뮈에트 디자이너는 “크리스찬디올·생로랑·에르메스·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기간에 파리에서 쇼를 선보일 수 있던 것이 꿈만 같다”며 “정부와 기업이 브랜드 육성을 위해 앞장서는 K패션오디션처럼 좋은 취지의 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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