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모빌리티 도전...'플라잉카' 시동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 신설
美 NASA 출신 신재원 박사 영입
자율차 외 미래 교통수단 선점 야심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기업 선언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기술에 연이어 투자하며 미래 모빌리티(이동)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3일 세계 최고 수준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앱티브(APTIV)와 40억 달러 규모 합작사 설립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인 30일 현대차그룹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연구를 총괄했던 신재원 박사(59) 영입을 알렸다.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개발 등을 맡기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해당 사업을 총괄할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도시 중심의 발전과 이에 따른 과밀, 이동 효율성 저하가 나타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교통수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하늘을 나는 차(driving airplane)’ 개념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LA에 고속 지하 교통 터널 ‘루프’를 만들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 신 부사장 영입은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자동차’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미래 교통수단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각오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미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손 잡고 항공 택시 컨셉트인 ‘팝업 넥스트’를 지난 해 선보였다. 구글과 우버, 아마존, DHL, UPS 등 세계적인 기술·전자상거래·물류기업과 170여 개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 부사장의 영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앞서 지난 23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완전 자율주행차보다 날아다니는 차가 먼저 상용화될 수 있다”며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이 없어 자율주행에 더 적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40년 UAM 시장이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 영입으로 현대차그룹은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주춧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버지니아공대에서 각각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딴 신 부사장은 NASA에서 모든 항공연구와 기술개발을 관리하는 항공연구총괄본부장을 맡는 등 관련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 인재로 꼽힌다.

1989년 NASA 글렌리서치센터에 입사해 항공안전기술개발실장, 항공연구본부장으로 일했고 이후 NASA 워싱턴본부에서 동양인 최초로 항공연구총괄 부본부장과 본부장을 맡았다. 이 시기 무인항공시스템, 초음속 비행기 등 NASA의 신개념 미래항공 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항공 기체 개발뿐 아니라 항공안전과 관제기술 분야에서도 노하우를 갖고 있어 종합 교통체계적 관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과 도심 항공 주행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관제체계와 인프라가 필요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지난 100년 이상 유지·발전해온 항공산업, 자동차산업, 도심 교통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분야”라며 “현대차그룹은 인류가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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