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잇단 검찰 압박 법치주의 흔들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검찰이 앞장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이례적인 주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검찰권 행사 방식이나 수사 관행 등의 개선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7일 “검찰은 성찰하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조 장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지 사흘 만에 윤 총장에게 개혁안 제출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잇단 지적에도 ‘원칙대로 수사’로 응수한 검찰에 거듭 경고한 셈이다. 검찰 개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는 검찰 수사를 위축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여권의 움직임은 조 장관 지키기를 위한 거대한 작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주 말 문 대통령의 검찰 비판 직후 친문(親文) 세력이 대규모 검찰 규탄 ‘관제 데모’를 한 데 이어 또다시 대통령이 검찰 옥죄기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권세력은 대중 선동정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수만명에 불과한 검찰 규탄집회 참가자가 “200만명”이라는 뻥튀기 주장까지 했다. 일련의 행태는 검찰 겁박을 통한 수사방해 시도로 규정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 정권을 적폐세력으로 몰아붙일 때는 검찰을 적극 활용하더니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가 진행되자 곧바로 검찰을 ‘적폐’로 규정하며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수사를 지시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검찰에 대한 집권세력의 이중행태는 결국 ‘정치검찰’을 만들고 나라를 두 동강 낸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면 법질서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을 만들어주는 게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