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보단 이익…은행, 손실 위험 숨긴채 DLF 팔았다

■DLF 중간 검사 결과 발표
“은행, 성과지표서 비이자수익 높은 배점"
“손실 중에 상품구조 바꿔가며 투자 유치...손실 규모 키워”
“은행, 심사위원이 DLF 반대하자 교체...찬성 받아내”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DLF 검사 중간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해외 주요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은행을 검사한 결과 은행들이 성과평가를 할 때 소비자보호를 ‘감점’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국 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 투자자를 계속 유치하기도 했다. 고위험 상품은 은행 상품위원회 심의 및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수백건 중 2건만 심의하고 참석위원의 의견을 임의로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1일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여의도 금감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들의 성과평가지표다. A은행은 100점 만점에 DLF 등에 따른 비이자수익에 10점을 배정한 반면 소비자보호는 2점 감점항목으로 운영했다. B은행은 비이자수익에 11.8점을 배정한데 반해 소비자보호는 4점 감점항목으로 뒀다. 또 PB센터에는 비이자수익을 각각 20점, 20.8점으로 높게 책정했다. 금감원은 “DLF를 판매하지 않은 다른 은행은 비이자수익에 별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배점을 부여했다”며 “또 소비자보호 항목에 최고 10점의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목할 부분은 채권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꿔가며 신규 판매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A은행은 독일 국채금리가 하락하자 손실발생 금리수준(베리어)를 -0.2%에서 -0.32%로 낮추고 만기는 2개월 단축하면서 손실배수를 200배에서 333배로 증대시켰다. 고객 유인을 위해 약정수익률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가로 상품위험성을 확대, 고객의 피해규모를 키웠다. B은행은 영국 CMS금리가 하락하던 올해 4~5월에도 6명의 투자자에게 관련 DLF를 163억원 어치나 팔았다.


DLF 같은 고위험상품은 은행 상품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A은행은 380건의 DLF 중 상품위에 부의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 2건에 불과했다. 다른 것은 기초자산이 동일해 생략했다. 또 일부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상품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한 후 찬성의견을 받았다. B은행도 753건의 DLF 중 상품위에 부의된 것은 6건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판매서류를 전수 점검한 결과 전체의 20% 내외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이라는 고객 문답 답변을 대필기재하거나 누락된 것이 있었고 투자자 투자성향 설문을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직원이 임의로 전산에 입력한 경우도 있었다. 무자격 직원이 상품을 설명하고 유자격 직원은 서류만 작성한 사례도 나왔다. 금감원은 “20%는 잠정치로서 향후 추가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DLF 설계, 제조, 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우리, KEB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위규사항은 법리검토 등을 통해 제재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사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하고 분쟁조정신청건은 조속한 시일 내 분쟁조정위원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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