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멈춘 D램값…메모리 업황 반등은 "아직"

두달연속 가격 변동 없지만
공급과잉 상황 여전히 지속돼
내년 2분기 이후 본격반등 전망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다.

1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의 9월 고정거래가격은 개당(DDR4 8Gb 기준) 2.94달러로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D램 가격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59.4%나 떨어졌다가 8~9월 두 달간 안정세를 찾았다. 그동안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데다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예상 못한 리스크로 재고 수요가 생겨 가격 하락이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128Gb MLC 기준)도 개당 4.11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통상적으로 3개월 단위의 공급계약을 맺는 고정거래가격은 분기마다 첫 달을 제외하고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 다만 올 상반기에는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수요처에서 계약 기간을 짧게 하고 가격 협상에 나서 이례적으로 매달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달 가격이 크게 떨어지던 현상이 3·4분기부터 진정되고 있는 것은 업황이 상반기만큼 나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전망했던 하반기 수요회복 신호가 아직 뚜렷하지 않고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고 있지만 상반기와 같은 큰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사 연구원은 “D램의 경우 한일 간 무역 이슈가 생기면서 생산 차질을 우려한 수요처에서 제품 확보에 나선 덕에 가격 하락이 멈췄다”면서도 “공급과잉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대해 대체로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D램은 추가 하락폭이 줄고 낸드는 반등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시장에서 예상했던 기대치”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 하락이 멈췄다고 해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된다는 뜻은 아니다.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률 개선 시점은 일러야 내년 2·4분기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D램의 경우 최소 4·4분기까지는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내년 1·4분기에도 계절적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빠질 것”이라며 “월 기준으로는 내년 2·4분기 중, 분기 기준으로는 내년 3·4분기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D램의 경우 아직 재고가 많다”며 “재고 소진 중이기 때문에 4·4분기에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의 경우 그간 재고를 많이 털어낸데다 4·4분기부터 성수기 수요도 있어 당장 이달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는 계절적 수요부진으로 가격 하락이 다시 시작되는 등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시바·마이크론 등이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과 달리 낸드는 공급 업체가 6개로 많은데다 중국 업체들까지 양산을 시작했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는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각 업체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라 (이것이) 시장의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병기·변수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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