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5> 中 드론, 거대 내수시장 업고 200여곳 무한경쟁...안보 논란은 걸림돌

■ 광저우·선전 드론산업 현장 가보니
산업·농업용·오락·유인드론 등
군사용 기술 바탕으로 급성장세
美 규제에도 세계시장 70% 장악
배터리기술·물류 활용 놓고 고심
보안문제 지속 땐 韓 기회될 수도

선전 소재 올텍의 산업용 드론을 방문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18일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드론(무인기)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 드론보안법’을 초당적 지지로 발의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방부처·기관은 DJI를 포함한 중국산 드론, 또는 미국 입장에서 안보적 위험이 있다고 확인된 국가에서 제작·조립된 상업용 기성 드론이나 무인 항공기를 구매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전 세계 드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중국 드론을 규제하는 법이다. 다만 이 법안이 미국의 드론 시장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70% 수준으로,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발판으로 규모를 키우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전 세계까지 장악한 중국산 드론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는 지난달 25~27일 광저우 총영사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 드론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선전의 주요 업체들을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다. 선전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상업용 드론 업체인 DJI와 산업용 드론에 특화된 올텍, 광저우의 유인드론 제조업체 이항과 농업용 드론업체 지페이 등이다. 드론 생태계를 완성한 중국은 200여개 드론 기업의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대 시장에서 무한경쟁=선전에 있는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개인용 드론 업체 DJI는 글로벌 민간 상업용 드론 시장의 약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6년 회사를 설립한 후 소형 드론을 생산 판매하다 2013년부터 팬텀·인스파이어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공중촬영이나 오락용 드론 시장은 거의 석권했다. 이를 통해 2017년 기준 175억7,000만위안(약 3조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이 회사의 석지현 홍보담당 매니저는 “회사 설립자인 왕타오 회장을 포함해 전 직원이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1만4,000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의 약 30%가 R&D 인력이다.

다만 DJI가 오롯이 자력으로 이 같은 성장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드론 산업이 군사용으로 출발해 민간 부문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의 지원이 DJI 성장에 불가결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말하자면 DJI은 드론 산업의 ‘화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석 매니저는 “정부 쪽과 사업을 하는 것도 없고 지원을 받는 것도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개인용으로 판매되는 드론 외에 산업용 등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주요 구매자다. 산업용 드론 업체인 올텍의 판즁 기술담당 이사는 “판매 전량이 공공조달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중국처럼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서는 정부조달이 막대하기 때문에 공공 부문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용 드론 업체 지페이 역시 당국의 농업 현대화 정책에 발맞춰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중국의 드론 기업들에 거대한 내수시장은 탄탄한 성장 기반이자 세계 시장으로 뻗어 가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이 많은 광둥성은 드론 산업의 집결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선전드론협회에 등록된 회원 기관·기업은 전국적으로 284개에 달한다. 란츠잉 선전드론협회 비서장은 “회원사 가운데 순수 드론 업체는 200여개이고, 그 중 50여개가 광둥성에 있다”며 “첨단 산업에 대한 지원이 많은 게 이 지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기업이나 협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규제의 표준화다. 여전히 초기 단계인 드론 산업의 특성상 자사의 기술에 유리하게 국가표준과 법률규정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드론의 최전성기는 사실 2016년 전후로, 당시 정부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원정책도 잇따라 나왔다”면서 “2017년 이후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지원이 줄고 핵심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전의 DJI 본사에서 직원이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광저우의 이항 본사에 1인승 유인 드론이 전시돼 있다.

◇배터리 기술이 관건…물류도 갈 길 멀어=
드론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는 배터리다. 드론의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이 경우 무게가 더 나가 다시 배터리 용량이 필요한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산업용 드론의 경우 비행시간 연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배터리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올텍의 경우 한국 기업인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연료전지팩을 적용한 산업용 드론을 개발해 비행거리를 늘렸다. 이 회사의 제품은 전력망 등 인프라시설 점검과 지형·기후관측, 재난재해, 보안 등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비행거리의 장시간 확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판 이사는 “일반 드론은 20㎞ 정도를 비행할 수 있지만 두산의 수소배터리는 100㎞를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용 드론 업체인 지페이와 유인드론을 개발하는 이항도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을 더욱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술과 함께 중국 드론 성장의 관건이 되는 것은 물류에서의 활용도다. 다만 드론이 물류에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업체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현재 드론을 이용한 물류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업체는 사람을 태우는 유인드론을 만드는 이항이다. 다만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규제상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착륙장 등 기반시설과 함께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국제적으로도 드론이 정기적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항의 유인드론 역시 특별행사로 사람을 태우고 날아간 것뿐이다.

이항은 택배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리자오 이항 홍보담당 매니저는 “미국 택배회사 DHL과의 제휴를 통해 드론을 이용한 택배 사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14년 설립된 이항은 아직 실질적인 매출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DJI의 경우 여전히 물류 부문의 전망을 낮게 보고 있다. 석 매니저는 “기체 수준과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드론 배송이 10년 안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저우의 지페이 직원이 자사의 농업용 드론을 이용해 농약 살포를 시연하고 있다.

◇안보 침해 논란 계속…한국에 돌파구 될 수도=
드론을 통한 촬영과 데이터 수집이 늘어나면서 정보 보안과 안보 문제는 해외에서 중국 드론산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의 갈등이 드론 산업에도 미치는 셈이다. 미 의회가 드론보안법을 발의했을 당시 DJI는 “제조국에 따른 드론 기술 금지·제한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공포정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드론 논란의 핵심은 기술적 결함에 따른 해킹 가능성이 아니다. 중국의 개별 기업이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 및 이전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느냐다. 국가정보법·네트워크안전법 등 중국 정보기술(IT) 관련 법률을 분석한 미국 정부는 “현 중국 법체계 아래에서 중국 기업이 공산당 정부의 어떤 요구도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드론에 대한 국제적 보안 우려가 커질 경우 국내산 드론이 그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있다.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은 “하드웨어를 중국에서 조달하더라도 보안 관련 핵심부품을 한국에서 제작한다면 글로벌 드론 시장에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드론 산업이 불리한 점은 무엇보다 기반시설 부족과 작은 시장 규모다. 드론의 경우 최초에 군사용이 출현하고 이후 민간용으로 이전됐다는 점에서 핵심 군사용 드론 기술은 중요하다. 실제 중국은 미국에 이어 막대한 투자를 통해 군사용 드론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드론 강국으로 도약했다. 군사용 드론 기술을 바탕으로 막대한 내수시장을 형성하며 가성비 높은 드론을 만들어낸 것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드론 산업이 성공을 거둔 요인인 셈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부분 중소·영세업체들이 드론을 생산한다. 국내에서 제일 큰 드론 업체로 알려진 유콘시스템도 직원 수가 100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비록 중국 부품을 이용해 조립을 하더라도 핵심기술 확보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김명현 박사는 “단기적으로 완제품을 갖고 중국과 승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배터리 등 핵심기술에 집중하면서 한국 드론 산업의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저우·선전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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