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개월 만에 또다시 낮춰잡은 것은 최근 수출 감소와 투자 위축 등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기 하강 신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갈등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뚜렷한 성장세 둔화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역성장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은 9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 따라 국내 설비투자도 내리막이다. 지난 8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5개월 만에 동반 상승했지만, 때 이른 추석 효과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 일시적 영향 덕이다. 오히려 한국 경제 주축인 제조업 생산능력은 1972년 통계작성 이래 최장 기간인 1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S&P는 “경기 전망에 대한 가계와 기업의 확신이 크게 줄면서 지출 감소로 이어졌고 동시에 수출 성장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S&P에 앞서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8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무디스도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가 아시아 지역 수출 성장을 저해했다”면서 “특히 한국, 홍콩 등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자본 형성 둔화는 수출 둔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피치 역시 올해 성장률을 2%로 제시했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 속에서 미국의 대(對) 중국 관세 부과 조치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아 먹을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신평사 뿐 아니라 국내외 IB 업계도 속속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가 지난 4일 전망치를 당초 1.9%에서 1.8%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6%까지 내려 잡았다. 모건스탠리 역시 올해 성장률을 1.8%로 내다봤고 내년도 1.7%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0%와 1.8%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기업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이는 고용 악화와 내수 부진의 연쇄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대내외 기관의 전망은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정부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5%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 ‘현실적으로 달성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일부 있지만, 전망치 수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전망치를 2.2%로 제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최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무역분쟁, 브렉시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연내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이 같이 예측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