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은 노화로 발생하는 대표적 안질환으로 건강보험 진료인원이 2014년 약 10만1,700명에서 지난해 17만7,400명으로 74% 증가했다. 진료인원은 60~70대가 63%(11만1,380명)로 가장 많지만 50대 이하도 18%(3만1,750명)를 차지한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최근 고지방·고열량의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의 비만지수가 높아지고 고도근시에 의한 황반변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며 “60~70대 못지않게 40~50대 중년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이미지. /사진제공=누네안과병원
◇조영제 안 쓰고도 습성 황반변성 진단 가능
황반변성에는 건성과 습성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여 황반 시세포로의 산소·영양분 공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시세포들이 서서히 파괴된다. 진행 속도가 느리고 처음에는 황반 중심부를 침범하지 않으며 모든 환자에서 중심부가 침범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며 실명 수준으로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심이 침범돼 실명하지 않아도 환자들은 어두침침하고 독서가 힘들어지는 등 많은 불편을 호소하게 된다.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 및 진행 억제를 위해 항산화제(비타민 A·C·E)와 지아잔틴·루테인 등이 포함된 눈 영양제, 루테인이 풍부한 브로콜리·시금치·상추 등의 섭취를 권한다. 평소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등 푸른 생선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시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뻗어 있는 맥락막(망막 밑층)에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신생혈관이 터져 발생한다. 유출된 피는 염증·부종을 일으키거나 굳어지면서 황반부를 압박하고 시세포를 괴사시켜 급격한 시력저하, 암점(暗點), 사물이 굽어 보이는 변형시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한 번 손상된 시세포는 회복이 어렵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진행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조기진단 및 추적검사가 중요하다.
치료법으로는 안구 내 항체주사, 광역학 치료, 레이저 치료 등이 있다. 안구 내 항체주사는 2000년대 초 도입된 획기적 치료법으로 신생혈관 형성과 출혈 등을 억제해 시력을 유지·향상시킨다. 현재 서구에서는 95% 이상의 환자에서 항체주사 치료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1개월 간격으로 3회, 그 후로는 눈 상태에 따라 1년에 2~8회가량 주사한다.
김지택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정기적으로 항체주사를 맞으면 시력이 확 나빠지지 않고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치료를 미루다 신생혈관이 터지면 시력이 0.8이던 환자도 0.3~0.4 이하로 크게 떨어지고 1주일 이상 방치하면 실명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시력이 0.1 이하로 떨어지면 항체주사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된다.
안질환 의심환자가 안저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김안과병원
◇한쪽 눈부터 진행돼 초기에 증상 못 느껴
신생혈관이 터진 경우 빨리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부 아래쪽 맥락막에 가스를 주입해 황반부를 압박하는 고인 피를 바깥쪽으로 밀어낸다. 혈전약을 함께 쓰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황반변성에 대한 인지율은 3.5%에 불과하다. 보통 한쪽 눈부터 병이 시작돼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증상을 느끼기 어렵고, 느끼더라도 노안이라 착각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 질환이 의심돼 검진을 받을 때는 이미 황반변성이 악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씩 하듯이, 눈 검진도 1년에 한 번 하는 것을 권장한다. 문제는 습성 황반변성 진단에 쓰이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FA), 인도시아닌그린혈관조영술(IGA)의 경우 대형병원에만 장비가 있고 조영제를 쓰기 때문에 피부 두드러기, 과민성 쇼크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김 교수팀은 그래서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 고해상도 ‘빛간섭단층촬영혈관조영술(OCTA)’을 활용하면 맥락막의 신생혈관, 즉 습성 황반변성의 81%를, 안과의원에 널리 보급된 빛간섭단층촬영(OCT)을 병행하면 100%를 진단하고 신생혈관의 크기 변화 등도 효과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한 환자 10명 중 2명은 5년 안에 다른 눈에도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한다는 연구결과(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변석호·이준원 교수팀)도 있다.
황반변성이 있다면 금연은 필수다. 적절한 체중과 고혈압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