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039130)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추진한 회사채 발행에 실패했다. 최근 경기침체와 한일 갈등에 따라 여행업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이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투어는 최근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어 향후 자금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무보증회사채 등급이 3일 소멸된다. 하나투어는 지난 7월 7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발행을 위해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0(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3개월 동안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에 부여받은 신용등급의 효력이 없어진다. 하나투어가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새롭게 신용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모채 시장은 주로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돈을 충당하는 창구였다. 투자자를 미리 정해놓고 발행하기 때문에 수요예측이나 신용등급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발행예정인 사모사채에 대해 A0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끝내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채 발행은 무위로 돌아갔다. 회사 측이 책정한 금리와 투자자들이 요구한 금리 수준 차이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기준 사모채 A0 등급의 민간채권평가사 평가 금리는 2.34%다. 투자자들은 여행업 침체 등을 이유로 하나투어에는 더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를 요구해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예상만큼 싸지 않았고 자금을 크게 쌓아두고 활용할 필요도 없어서 다양한 논의 끝에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가 사채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티마크호텔을 인수하면서 금융기관에서 890억원 규모의 대출을 일으켜 사실상 인수대금 전액을 차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2·4분기 기준 하나투어가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은 연결 기준 1,228억원까지 상승했다. 올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FRS)의 영향으로 2,767억원 규모의 운용리스가 일시에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도 급등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행사의 유형자산이 없어 장기채 발행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발행자 입장에서도 티켓·호텔 등 여행 상품 판매대금이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비용 면에서 유리해 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