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멧돼지서 돼지열병 바이러스…北 현재 상황은?

경기 연천 DMZ 야생 멧돼지 폐사체서 확인
환경부 "철책 뚫고 남쪽 이동은 불가능하나…"
멧돼지 외 육식성 조류, 야생쥐도 우려 대상
전문가 "北선 아파트서 잔반 먹여 키우기도"
"ASF 풍토화 가능성 우려, 동북아 협력 필요"

지난 2일 경기 연천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환경부가 3일 밝혔다.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 된 첫 사례다.

환경부는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DMZ 내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에 대해 “과학화 경계 시스템 덕분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돼지 사육 및 도축, 유통 환경의 열악함과 감염병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우려하면서 축산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북한으로부터 유입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야생 멧돼지는 물론 조류 등이 바이러스를 전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태풍 ‘미탁’ 대응 및 ASF 방역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DMZ 남방한계선 전방 1.4㎞서 멧돼지 발견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폐사체는 지난 2일 경기 연천 비무장지대 우리 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km 지점에서 발견됐다. 지역 군부대가 최초 발견 후 연천군에 신고했고, 연천군은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에 따라 안전하게 시료를 채취한 후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이송했다.

환경부는 이번 검출 결과를 관계부처와 지자체와 공유하면서도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남하했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북한 멧돼지 폐사체가 하천 등을 통해 떠내려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와 국방부는 태풍 영향으로 취약해진 철책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 필요하면 즉시 보완하기로 했다.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내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DMZ 우리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지점이다./사진제공=농식품부

ASF 정보 사각 지대 北…돈육 가격 급등락

ASF 확진 사례가 나온 국내 돼지 농장들이 모두 북측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방역 당국은 ASF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계속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월 중국 접경 농장에서 첫 발병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이후 추가 정보를 내놓고 있지 않다.

우리 측의 방역 협력 제의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돼지 사육 실태와 가격 동향 등을 토대로 북한 내 ASF가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 연구기관인 평화재단의 평화연구원은 이날 ‘공동대처가 시급한 축산안보’라는 제목의 현안 진단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도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고서는 “북한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공식 보고한 직후 시장 가격이 폭락했고 그에 따라 소비도 늘었다”며 “이는 죽은 돼지고기의 유통이 급증했고 북한 주민들이 가격 하락에 따라 소비를 늘렸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최근에는 다시 돼지고기의 시장 가격이 예전 수준 이상으로 오르고 소비도 줄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며 “ASF 확산에 따른 돼지고기 공급 축소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살처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北 돼지 60% 개인 사육…아파트에서도 키워

보고서는 북한 양돈의 문제점으로 개인 부업 차원의 축산을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장마당으로 불리는 자본주의적 시장이 활성화했고, 이에 따라 개인들의 부업 축산이 크게 늘었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이 발표했던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체 양돈업의 약 60% 정도가 개인 부업 축산이었다.

보고서는 “북한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나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일반 가정에서 돼지를 키운다”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주방이나 베란다 쪽에 우리를 만들어서 2~3마리 정도를 사육하는데 가장 중요한 재산 목록 중 하나”라고 전했다.

돼지 한 마리를 6개월 정도 키워 장마당에 팔면 한 마리당 80달러, 쌀로 환산하면 200㎏ 정도 벌이가 되니 사실상 재산목록 1호인 셈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키우는 돼지들의 위생과 면역력이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의 사료는 주로 잔반이다 보니 감염병 등 각종 질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는 양돈 농장에서 잔반을 먹이로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정 사육 과정에서 철저한 위생과 소독을 기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북한은 1,416km에 달하는 중국과의 국경, 19km의 러시아 국경에 대한 대비가 허술하다. 보고서는 “북한주민들이 ASF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낮은 것은 물론이고 인체에 해가 안 되다 보니 경각심도 낮다”고 지적했다.

2일 오후 강원 접경지 화천군 최전방 평화의댐 일대에서 화천군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배를 동원, 북한강 최상류 수계 긴급 방역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DMZ 있지만… 육지로 연결된 남북

환경부는 남측의 경계 시스템이 워낙 뛰어나 북측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넘어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생 멧돼지만 감염 이동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육식성 조류,야생쥐 등도 방심할 수 없는 매개체다.

물론 북한만 의심할 수 는 없는 상황이다. 수억 마리가 살처분 된 중국과 서해를 사이에 두고 있고,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ASF 발병 국가와도 교륙가 활발한 현실이다. 이에 보고서는 “ASF가 풍토병화할 경우 심각성은 더해진다”며 “북한이 답이 없다면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 및 러시아와 축산안보 나아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공동협력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내 ASF 확진 사례는 이날 경기 김포에서 1건 더 나오면서 13건으로 늘었다. ASF는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3일 경기 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총 4건이 추가됐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개인 SNS를 통해 “경기 파주, 김포, 연천에서 잇달아 돼지열병이 확인됐다”며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을 세종에서 만나 비상대책을 상의하고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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