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자유한국당 및 보수단체들이 개최한 ‘조국 반대 규탄대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등 야당과 보수성향 단체들이 개천절인 3일 예고한 대로 광화문 부근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갖고 “조국 사퇴”를 외쳤다. 이날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까지 12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보수 정당과 단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한목소리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당은 자체 추산으로 300만명 이상이 모였다고 전했고 보수성향 단체들이 참여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역시 통합 3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초동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인원을 추산하지 않았다.
집회 참여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광화문광장에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종대로 및 종로1가 등의 차량 통행이 통제됐고 휴대폰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지며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시곗바늘이 오후1시를 넘어서자 광화문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1m를 움직이려면 5~6초가 걸릴 정도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준해진(54·안양)씨는 “집회에 참여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 피의자로 기소된 사람이 장관이 돼 무엇을 개혁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당동의 이모(60대)씨는 “젊은 애들을 위해서 참여한 것”이라며 “고향이 경남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와 고향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위선’을 싸잡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구 달성에서 온 성재경(61)씨는 “문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면서 하나도 만든 게 없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왔다는 유시민(67)씨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무슨 장관이냐”며 “거짓말하는 사람을 임명한 문 대통령도 똑같다”고 성토했다. 익명을 요청한 고양 일산 시민도 “조국은 위선자로, 그런 사람을 임명한 문 대통령도 같이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를 직격하며 ‘조국 파면’을 주장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까도 까도 양파, (조국이) 법무부 장관 자격이 있느냐”며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국정을 파탄 내고 안보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조국이 국정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냐”며 “법무부가 아니라 지금 당장 교도소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단군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의 분노를 똑똑히 알려 헌정 농단을 막아야 한다”며 “‘조국 게이트’는 단순히 윤리의 실종, 도덕의 추락이 아닌 범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것은 정권 게이트”라며 “문 대통령과 조국은 불행의 한 몸”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범국민투쟁본부의 연설이 진행됐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았지 김정은의 대변인을 뽑은 게 아니다”라고 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잘못은 묻고 하나가 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할 때”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 문재인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쪽에서는 홍문종 공동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는 오늘 태풍이 몰아친다고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느냐”며 “하늘이 바로 우리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집회를 계기로 조국 수호 세력 대 반(反) 조국 세력의 대결이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개혁’ 집회에 대해 “그들(조국 지지자들)이 200만이면 우리는 2,000만은 왔겠다”며 일침을 놓았다. 이번을 계기로 황 대표가 계획하는 ‘자연스러운’ 보수통합이 될지도 관심사다. 황 대표는 지난달 국회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광화문에 모이면 자연히 통합된다”고 말했었다. 이날 김문수 전 지사를 비추던 범국민투쟁본부 전광판은 황 대표의 연설이 시작되자 한국당 쪽 전광판을 비춰 생중계하기도 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