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찰 고무탄에…외국인 여기자 '실명'

시위 때 印尼 취재진 향해 발포
美·EU 이어 동남아국들도 반발
시위 5개월째…소비·관광 악화

지난달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시위현장을 취재하다 홍콩 경찰의 고무탄에 눈을 맞은 인도네시아 여기자가 결국 영구 실명했다.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인권 공세를 받고 있는 홍콩 정부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반발까지 사게 됐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다 고무탄에 오른쪽 눈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 중인 ‘수아라홍콩신문’의 인도네시아인 여기자 베비 인다(39)가 실명했다. 인다 기자의 변호인은 “의료진에게서 오른쪽 눈의 동공이 파열돼 영구 실명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경찰에 진상조사 및 가해 경찰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형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 당시 그는 헬멧과 고글을 쓰고 다른 기자들과 함께 육교 위에 서 있다가 한 기자가 “쏘지 말라. 우리는 언론인이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고무탄을 발사했고, 인다 기자는 이를 맞고 쓰러졌다. 오른쪽 눈과 이마가 크게 부풀어 오른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1일 고등학생이 경찰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진 데 이어 외국인 기자의 실명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홍콩 시위가 한층 격화하는 것은 물론 홍콩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동안 시위사태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인도네시아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영사관 측은 “사건을 엄중히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위가 5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경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이날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매판매는 294억홍콩달러(약 4조5,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이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감소폭이다.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도 40%나 크게 줄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대유행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특히 최대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 기간에 중국인 관광객 수는 62.4% 급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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