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뭇매에..지주사 주가 '찬바람'

자회사 실적 우려에 매물 쏟아내
11곳 중 7곳 코스피 수익률 하회


지난 9월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상승 랠리를 이어왔지만, 지주회사들의 주가는 외국인투자가의 매도 공세에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표 지주사 11개 중 절반 이상인 7개사의 주가가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상승률(3.19%)보다 낮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5개 종목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9월 이후 LG(003550)의 주가는 4.35% 내리며 다시 6만원대로 복귀했고, 한화(000880)와 한진칼(180640)도 각각 1.02%와 1.72%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한 달간 1조2,000억원 넘게 팔아 치운 외국인투자가는 지주회사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같은 기간 한화 173억원, LG 105억원, CJ(001040) 63억원을 순매도했다. 한화의 경우 8월27일부터 하루를 제외하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다. 반면 인적분할을 앞둔 두산(000150)은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가 31억원가량 유입되며 러브콜을 받았다. 매매거래정지 전까지 두산의 주가는 9월 한 달간 5.47% 올랐다.

1일 7,18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이틀간 주가가 11.27% 급등한 SK(034730)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2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오던 외국인투자가는 발표 당일 매수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다음날 다시 대거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한 달간 SK의 주식 1,217억원을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의 주가는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52%로 여전히 저평가 영역에 속해 있다”며 “비상장 자회사의 실적 둔화 우려와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투자심리 저하 등이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돼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회사들의 실적 둔화 우려가 지주회사에 대한 외국인투자가의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가가 부진한 LG의 경우 상장 자회사인 LG화학의 3·4분기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거래일 장중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도 자회사인 한화케미칼·한화생명 등의 부진한 성적으로 올해 상반기 연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줄었다.

지주회사 대부분의 주가가 저평가됐지만 별다른 상승 모멘텀 없이는 외국인들의 매수심리 회복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거시적 환경에 대한 우려, 재벌 기업에 대한 규제 분위기 등이 지주회사의 투자 매력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