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SK이노베이션(096770)과 국내외 소송전을 벌이면서도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GM이 JV 파트너로 LG화학을 우선 고려하는 데는 양사의 오랜 협력 관계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던 LG화학 입장에서는 투자비를 아끼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M이 배터리 LG화학과 JV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과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전문기업들과 잇달아 JV를 설립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은 지난 1월 전기차 배터리 JV를 설립하고 내년까지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올 6월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합작으로 연 생산량 16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LG화학도 이런 흐름에 따라 6월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JV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초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을 노린 탓에 JV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안정적 조달이 우선시되는 만큼 배터리 업체가 독자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JV 설립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GM과 미국에 JV를 설립하게 되면 대규모 생산라인 건설에 드는 투자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LG화학은 미시간주 공장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거론된 신규 공장 후보지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였다. 공교롭게도 GM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로즈타운 지역은 이들 주와 인접한 오하이오주에 위치해 있다.
GM 입장에서 LG화학과의 JV 설립은 미국 내 전기차와 관련된 자원 공급망을 개선하고 자급률을 높이려는 미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면서 노조를 달랠 수 있는 카드다. 중국이 배터리 생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무역분쟁의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까지 격화되고 있다 보니 비중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오하이오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꼽는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변수는 GM이 파업 3주차에 들어선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다. UAW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의 전환이 감원과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가 예정된 오하이오주 조립공장에 3,000명이 근무한 것과 달리 배터리 공장에는 수백명만이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당 임금은 기존의 시간당 30달러에서 15~17달러로 깎이게 된다. 실제 미시간주 브라운스타운에 위치한 배터리팩 공장에서는 UAW 노조원 약 100명이 시간당 15~17달러의 임금을 받고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리 디테스 UAW 부위원장은 1일(현지시간) 노조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당수의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며 사측에 역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GM과의 JV 설립이 확정되면 오는 2024년까지 전지사업본부 매출을 전체 절반 수준인 3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LG화학의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35GWh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내년 110GWh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