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권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진영 싸움에 매몰 돼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이는 대의 민주주의의 포기로 국회가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문 의장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변인에 따르면 문 의장은 “연이은 가을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너무 크다”며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녹일 수 있는 용광로가 되어도 모자랄 판인데 이를 부추기는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치 실종 사태를 초래해 국회 스스로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오늘 국회가 없어진다고 해도 국민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을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명이 나왔는지, 숫자 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닌가. 국가 분열 국론 분열이 한계의 선을 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의장은 “분열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도 위험선에 다다랐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자는 것 아닌가. 국민의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없어질 곳이 국회라는 곳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해야합니다.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