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 "동물·사육사·관람객 모두가 행복한 동물원이 꿈"

동물복지 선진수준으로 끌어올리려
심사만 1년 걸리는 AZA평가인증 받아
온갖 연구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용인=오승현기자

최근 찾은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주토피아. 코끼리는 흙바닥 위 4m 높이에 매달린 건초더미에 코를 비비고 있었고 기린은 나무에 매달린 원통 모양의 구멍 뚫린 통 사이로 혀를 집어넣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중 건초 지급기는 코끼리가 코 근육을 사용하게 해 얼굴 근육이 굳는 것을 방지해주고 벌집 모양의 통은 침 분비를 늘려 기린의 소화를 돕는다.

모든 동물원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4평짜리 컨테이너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자 이야기나 작은 새장 안에 갇혀 관람객들의 손이 무분별하게 닿는 페럿 등 안타까운 사례도 많다. 에버랜드는 지난 9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에서 평가하는 AZA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 보전·연구, 생태교육, 재정상태 등을 복합적으로 보는데 검사 기간만 1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요건이 까다롭다. 북미에 있는 2,800여 동물원 중 인증을 받은 곳은 10%가 되지 않는다. 동물원의 이 같은 변화 뒤에는 정동희(49·사진) 에버랜드 동물원장이 있었다.


정 원장은 AZA 인증을 신청하게 된 이유에 대해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해외 수준의 동물 복지를 요구하는 기준이 없어 AZA를 신청하게 됐다”며 “단순히 동물 관리를 넘어 동물 교육, 야생동물 보전 노력, 동물에 대한 연구, 직원 역량, 안전과 보안 등 다양한 기준을 만족해야 하기에 동물원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AZA 인증 신청을 한 뒤 1년이 지난 2017년 미국수족관협회에서 멘토 두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관람객에게 보이지 않는 동물과 동물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정 원장은 “모든 동물이 항상 전시장에 나와 있지는 않다”며 “동물사에 머무는 동물들도 야생에서처럼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동물사 안에도 줄과 쉼터·장난감 등을 설치하는 등 동물사 안에서도 풍부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정 원장은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한다. 그는 “AZA 인증 획득으로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활발한 국제교류와 협력이 가능해졌다”며 “바람직한 전시기법, 사육사의 훈련 역량, 과학적 연구 등을 나누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5년·10년 뒤 에버랜드 동물원의 비전은 무엇일까. 그는 “동물·사육사·관람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동물원”이라고 못을 박았다. 정 원장은 “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맹수 사파리, 초식 사파리 등이 생태계에 가깝게 설계돼 있지만 동물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할 때 관람객도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5년마다 갱신되는 AZA 인증 유지를 넘어 동물원을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야생동물 보존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사진=오승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