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내 피부보다 불매가 먼저"…화장품 바꾼 '뷰티족'

■日 경제보복 '레지스탕스' 된 국민들
일제 불매·대체상품 리스트 자발적 공유
SK-Ⅱ, 지난 석달간 매출 반토막 타격
수입맥주 日점유율 1→13위 곤두박질
유니클로·데상트 등 패션시장서 고전


누군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반일종족주의’라는 ‘후진적 국민성’으로 매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불매운동이 이렇게 오래가리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없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불매운동을 하지 말자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오히려 무역전쟁을 걸어온 일본에 대해 한국 소비자는 나치에 맞서 싸운 프랑스의 시민군 ‘레지스탕스’처럼 행동했다.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정부를 대신해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를 만들었고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기업을 압박해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게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일본 제품은 각 유통채널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피부가 민감한 여성들도 불매에 동참하기 위해 화장품을 바꿨고 퇴근 후 하는 ‘혼맥’이 유일한 낙이던 남성들은 좋아하던 일본산 맥주를 끊어버렸다. 작은 소비의 변화가 점차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대응하는 강력한 무기로 커진 것이다.

◇일본 화장품 최대 50% 감소=여성들은 화장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잘 맞는 화장품을 찾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 때문이다. 효과가 좋기로 소문난 일본산 화장품을 쓰던 여성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서울경제가 백화점 A사로부터 입수한 일본산 화장품의 지난 7~9월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SK-Ⅱ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8%의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 슈에무라는 -28.7%, 시세이도는 -29.1%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한국 여성들을 사로잡던 ‘J뷰티’의 아성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왜 일본 제품을 파느냐며 따지는 여성 고객들도 있다”며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국산 브랜드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막말을 한 DHC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DHC는 아예 국내 로드숍에서 진열이 제외되기도 했다.

패션업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유니클로는 일본 본사 임원이 “한국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발언했다가 사과까지 했으나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이 8개 신용카드 업체의 자료를 집계한 결과 7월 넷째 주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은 17억8,000만원으로 전주 대비 70.1% 급감했다. 같은 기간 무인양품과 ABC마트의 매출도 각각 59%, 19%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뜨겁게 타오른 불매운동은 겨울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니클로가 장악했던 플리스 시장과 데상트·골드윈·피닉스·온요네·미즈노 등이 선도하던 스키·보드복 시장에서도 일본 제품의 고전이 예상된다.


아사히가 주름을 잡았던 수입맥주 시장에서도 일본산 맥주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일본 맥주는 시장 점유율 13위로 고꾸라졌다.

◇소비재 넘어 산업재에도 확산=불매운동은 뷰티·패션산업에서부터 볼륨이 큰 자동차 등 소비재 전반으로 옮겨갔다. ‘일본 차라 죄송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늘어날 정도로 일본 브랜드 차량에 대한 인식은 나빠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는데, 특히 일본산은 56.9% 급감했다. 닛산은 -87.4%를 기록했고 혼다(-80.9%), 인피니티(-68.0%), 도요타(-59.1%) 역시 50% 이상 판매가 줄었다. 이에 일본 차의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9월은 더 심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9월 일본 브랜드 승용차 신규등록은 전년 동기에 비해 59.8% 감소했다. 브랜드별로는 렉서스 -49.8%, 도요타 -61.9%, 혼다 -82.2%, 인피니티 -69.2%, 닛산 -87.2% 등을 기록했다. 9월 수입차 시장의 일본차 점유율은 5.5%로 1년 전(15.9%)의 3분의1 수준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에서도 일본산 수입이 축소되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일본산 수입은 10.4% 감소했다. 특히 석유화학(-28.1%), 일반기계(-8.4%), 철강(-0.5%) 등의 수입이 줄었다.

이번 소비자 운동으로 일본 제품 전반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점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분업과 자본시장 개방 시대에 어디까지가 일본산이고 어떤 것이 일본 브랜드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특히 국민 소주로 인기를 끌었던 처음처럼의 롯데주류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롯데주류는 법적 조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그동안 법적·경제적·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기업’임을 알려왔지만 여전히 온라인 블로그, 카페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이 확산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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