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하(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채권운용본부장은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사 이후 해외채권투자에서 한우물을 판 베테랑이다. 현재 약 7조원 규모의 해외채권형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2009년 출시된 국내 최대 글로벌채권펀드인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 펀드의 운용을 지금까지 맡아 설정 후 누적 86.2%, 연환산 6.2%의 수익을 냈다. 흔히 ‘글다’로 불리는 이 펀드는 자산 규모는 약 1조7,000억원(모펀드 기준)에 달한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핌코의 토탈리턴펀드와 같이 해외 유명 운용사의 채권펀드를 들여와 재간접 펀드로 국내서 팔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직접 전세계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대형 펀드라는 점에서 ‘귀한 펀드’다.
김 본부장은 “금리 인하 효과도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중앙은행들의 추가 인하 여력도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년에도 전세계 경기가 추가로 악화할 것으로 보여 채권투자에는 여전히 우호적인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역시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높이고 수익률은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도 특정 섹터에 ‘몰빵’보다는 분산투자해야 한다”며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채권, 하이일드채와 절대수익을 주는 모기기채권 등에 장기투자하면 국내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절대 금리 수준이 낮아진 만큼,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도 낮춰야 한다고 김 본부장은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세계 경기 전망을 부탁한다.
“내년 경기도 안 좋다. 주요 전망 기관들이 발표할 때마다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믿을만하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미국조차 역외의 경기하강이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론화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이유는 명확하다. 성장의 견인차는 기업의 투자다. 그런데 글로벌 밸류체인이 훼손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한다. 투자 사이클이 무너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의 성장엔진이 꺼지는 상황에서 내수도 전염될 수 밖에 없다.
-미국 경기도 내년에 부정적인지.
“미국의 실물 경기는 올해로 10년간 성장을 구가했기 때문에 피로도가 누적돼 있다. 금융위기 때는 유동성을 퍼부어서 경기를 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정책 여력은 어떻게 보는지.
“미국을 제외하면 금리를 더 낮추기도 힘든 수준까지 낮췄다. 중앙은행들이 “더이상 우리에게 의존하지 말고 재정정책을 펴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너스 금리의 폐해도 크다. 마이너스 금리인데도 역설적으로 소비나 투자가 아니라 저축이 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얼마나 보는가.
“현재로서는 연내 1회, 내년에 1.5회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전제로 시중 금리가 형성돼 있다. 나도 연내 1회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고 본다. 다만 내년 미국 주가가 안 좋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1.5회 이상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 효과도 크지 않고, 기대감도 줄고 있으면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지.
“효과 여부를 떠나 완화적인 통화정책 트렌드는 지속될 수 밖에 없어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인플레 조짐이 없는 한 금리인상 시기는 계속 미뤄질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주식투자자들도 채권 투자를 같이 한다. 단일 자산으로만 투자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큰 시점이다.”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 운용에 대해 설명해달라.
“모펀드 기준으로 단일 펀드지만 미국 국채, 하이일드, 원화 채권, 모기지, 이머징 고수익 등 섹터별로 총 10개의 하위펀드인 ‘슬리브(sleeve) 펀드’가 있다. 각 슬리프 펀드에 운용역이 있다. 펀드 별로도 우수한 성과를 추구하지만 거시 경제 상황을 보고 매달, 분기, 반기별로 투자전략 위원회를 열어 리밸런싱을 통해 알파의 수익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원화채권 금리가 1.1%선까지 떨어진 후 원화 채권 비중을 10%에서 4%까지 줄이기도 했다. 대신 이머징 회사채와 국채 비중을 의미있게 늘렸다. 국내에서만 9명, 미국에서는 7명이 같이 운용하고 있다.”
- 운용 목표 수익률은.
“ 원화정기예금 대비 1~1.5%포인트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기준으로는 연 3%선이다. 그동안 가파르게 채권 금리가 내리면서 올 들어 7%의 수익을 냈다. 미래의 수익을 당겨온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이 1%수준으로 낮다. 그만큼 리스크 대비 보상이 크다는 얘기다.”
-그동안 채권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현시점에서 유망한 채권섹터가 있을까. 투자 조언을 해준다면.
“이제는 채권도 특정 섹터에 ‘몰빵’보다는 분산투자해야 한다. 미국 국채와 함께 하이일드를 같이 하는 식이다. 위험자산인 이머징 국채, 절대수익을 내는 모기지채권과 같이 상관계수가 떨어지는 섹터를 다양하게 담아 수익을 높이고 위험은 낮추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특히 채권은 고정 쿠폰이 나오는 자산이어서 투자 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이 높다. 재투자를 통한 복리효과도 크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