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관료들이 의견 충돌로 낙마하는 과정에서도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공화당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휩싸이면서 동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폼페이오 장관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를 청취했다는 이유로 미 하원의 탄핵 조사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커졌고, 국무부 관료들의 의회 증언을 놓고도 민주당과 대립하는 등 이번 스캔들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를 방해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통화를 청취한 폼페이오 장관도 탄핵 조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몇주 전만 해도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묘사됐다”며 “강하고 야심에 찬 그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다른 최고위 관료들은 그만두거나 밀려났는데도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지금의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관련 탄핵 폭풍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그의 상승세가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진단했다. AFP통신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이 빠진 트럼프 팀의 기둥 폼페이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승승장구하던 폼페이오 장관의 운세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의 그의 역할로 어두워졌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은 2010년 사업가에서 하원의원으로 변신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4월 행정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지난달 10일 트럼프가 ‘슈퍼 매파’로 평가되는 볼턴 보좌관을 해임하면서 폼페이오는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명실상부한 ‘원톱’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통화를 함께 들었던 폼페이오도 곤경에 처하게 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통화 내용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자신의 정확한 역할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다가 결국 지난 2일 통화 청취자 가운데 한 명임을 시인했다.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탄핵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물론 일반적인 외교 정책까지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 관련 모든 사안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지난 3월 폼페이오에게 우크라이나 서류 일체를 넘겼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서류 조사로 폼페이오 장관이 하원의 소환장을 받을 가능성을 점쳤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대외정책 분석관은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며 “그는 트럼프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굽힐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만,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연방하원의 엘리엇 엥겔 외교위원장,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지난 27일 폼페이오 장관에게 10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이들 상임위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등 국무부 소속 관료 5명에게 2주 내 관련 진술을 받는 일정도 잡았다. 볼커 전 대표는 전날 미 하원에 출석해 거의 10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진술을 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