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이 26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표류하는 한국경제, 이대로 가면 좌초한다’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경련
내년 이후 1%대의 성장률에 그칠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 경제가 일본식 경제 불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 특별 좌담회에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 같이 주장하며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당장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J) 노믹스’ 설계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경기악화 원인으로 세계 경제질서와 시장 생태계를 외면한 정책당국의 대응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도 경기 불황에는 특허 제도를 느슨하게 운영했다“며 ”세무조사, 공정위 조사 등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조사를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산출한 민생지수가 이번 정부 출범 후 평균 91.2로 노무현정부 101.5, 이명박정부 101.3, 박근혜정부 97.8에 비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국금융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이미 일본식 장기침체에 들어선 만큼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성 교수는 경기침체형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업매출과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추가 경기하락을 우려했다. 과거 1990년대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태에서 노동 공급만 감소해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처럼 근로시간 단축은 침체를 가속화 할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6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주최한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 특별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교수. /사진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이날 참석자들은 경기악화의 원인을 ‘정책 실기’로 꼽았다. 김 원장은 정부 만능주의와 세계 경제질서 및 시장 생태계를 정책당국의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고 성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 노동비용 을 높여 경기 하락을 부추겼고 기준금리 인상 역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직접적 정책 개입보다는 고용위험 계층에 대한 집중 지원과 함께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김 원장과 성 교수는 ‘혁신과 포용의 시장경제’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창업과 투자가 없다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정치적 필요와 연결된 정책은 그 자체가 시장경제의 위험요인” 비판했다. 김 원장은 “시민단체와 강한 노조 등이 정책수단을 제약하고 있다”며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불필요한 조사는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해야 한다고 봤다. 좌장을 맡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어느 경제든 위기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정부 주도의 성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의 경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