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첫 소환 이틀 만인 지난 5일 검찰에 다시 비공개 출석했다. 하지만 이날 15시간에 걸친 조사 중 실제 조사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고 정 교수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시간 끌기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두 차례의 소환에도 방대한 의혹에 비해 절대적인 조사시간이 짧은 데다 혐의까지 전면 부인하고 있어 정 교수에 대한 추가 소환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는 전날 오전 9시께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오후 11시55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정 교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8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지난 3일 첫 소환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실제 조사받은 시간은 2시간40분 가량에 불과했다. 1차 소환 당시 정 교수의 실제 조사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이날 소환에서 정 교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변호인과 함께 첫 소환 때 작성된 조서를 꼼꼼하게 살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2시간40분간 조사를 받고 식사 및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후 7시30부터 오후 11시55분까지는 이날 작성된 조서를 열람하고 서명 및 날인 후 귀가했다. 첫 소환 당시 정 교수가 조서에 날인을 하지 않아 이날 조사에서 다시 확인하고 검토하느라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2차 소환에서 정 교수가 조서에 날인을 했지만 앞으로 조사에서 다시 날인을 거부하고 귀가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조서에 피의자가 날인을 하지 않으면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어 재판에서 쓸 수 없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 속도와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정 교수의 건강상태도 수사 장기화를 좌우할 변수로 부상했다. 2차 조사에서 정 교수가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첫 소환 때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요청에 검찰이 조사를 중단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에도 정 교수가 충격에 쓰러진 건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이 해명하자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첫 소환에서 정 교수가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에 귀가하자 정 교수 변호인단은 이튿날 입장문까지 내놨다. 입장문에 따르면 정 교수는 어린 시절에는 불의의 사고로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2014년에는 강도를 피해 건물에서 탈출하다 추락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 이후 심각한 두통과 어지럼증이 후유증으로 남았고 현재 검찰 조사에서도 검사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변호인과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정 교수에게 추가 소환을 통보한 뒤 재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2차 조사에서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 교수의 조서 열람과 휴식 시간 등으로 인해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7일은 서울중앙지검에 국정감사가 예정돼있어 추가 소환은 빨라야 8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 교수의 소환 태도를 보면 조사 당일 날인 없이 귀가하고 추가 소환 때 날인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걸로 보인다”며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정 교수의 시간 끌기 전략이 계속된다면 수사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