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심사도 숨겨야 하나"... 고심 깊은 법원

檢, 피의자 공개소환 폐지 이어
警도 "검찰 기조에 맞춰서 할것"
'심사출석=포토라인' 둔갑 우려
전담판사에 공개 여부 맡길수도
정경심 영장청구 예상속 결단 촉각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가 지난달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피의자 공개소환’ 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데 이어 경찰도 검찰의 기조에 맞춰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법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기소 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본의 아니게 법원의 심사 출석 과정이 피의자를 처음 공개하는 ‘포토라인’ 행사가 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법원이 그 전에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4일 검찰이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한 후 관련 조치를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검찰이 포토라인 관행을 기습적으로 없애면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이 사실상 피의자에 대한 첫 언론 공개 절차가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도 향후 수사에서는 (검찰의 공개소환 폐지) 기조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면서 압박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는 포토라인 관행 문제를 두고 법원도 오랜 기간 고민을 해왔다”며 “검찰이 전면 폐지를 선언한 시점에서 법원도 서둘러 검토에 착수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자산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정당 대표 등을 공개소환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 최근 관행을 보면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이 되는 권력형 비리 혐의자들에게 공개소환이 집중됐다. 여론의 관심이 쏟아지는 사건들이 주로 대상이 된 만큼 사건 연루자들에 대해 숱한 구속영장 청구가 수반됐다.


문제는 검찰이나 경찰이 공개소환한 주요 피의자들에 한해 법원 역시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 언론과 구속 심사 일정을 공유해왔다는 점이다. 구속 심사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지만 언론들은 공유받은 심사 시간에 맞춰 피의자들에게 사실상 공개 질문을 던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만 비공개 소환 원칙을 지키게 될 경우 구속 심사 출석 자체가 모든 주요 피의자들의 포토라인 행사로 둔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법원의 경우 주요 피의자의 소환 방법을 미리 고민했던 검찰과 달리 구속 심사 출석까지의 과정을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해왔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 2에 따르면 판사는 수사상의 비밀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포토라인 관행에 부담을 느낀 법원이 구속 심사 일정을 언론과 전혀 공유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어떤 주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피의자가 처음 언론에 공개되는 시기는 그의 첫 형사 재판이 된다.

검찰·경찰과 달리 사법부가 완전히 발을 맞추지는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 알 권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에 검찰처럼 수직적인 지시로 공개 여부를 단번에 원천 차단하기보다는 심사 일정 공개 여부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영장전담판사 등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선택이든 법원에 이른 판단을 재촉하는 부분은 이번 검찰의 결정이 정 교수에 대한 특혜 소환 논란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법원이 판단을 지체할 경우 서울중앙지법 출입문이 정 교수의 첫 포토라인이 될 수도 있다. 검찰과 법무부·청와대 간 갈등에 자칫 법원까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조 장관과 정 교수 수사가 워낙 이례적으로 진행돼 법원도 기존 관행을 지켜야 하는지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윤경환·이현호기자 ykh22@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